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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향)취임 5개월만에 강남 수주한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자이 꺾고 수주 기틀 닦은 더샵…영업이익률 등 실적 개선 기대
2020-06-07 06:00:00 2020-06-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올해부터 포스코건설을 지휘하는 한성희 대표이사가 취임 5개월만에 두각을 나타냈다. 신반포 21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영토 확장에 성공한 것이다. 강남에 깃발을 꽂으면 브랜드 영향력 향상에 따른 정비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건설사들은 누구나 강남 일대에 진출하려 한다. 특히 토목이나 플랜트보다 수익성 좋은 주택 사업을 키울수록 영업손익도 개선 기대감이 커진다. 주택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한 대표가 회사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사실 포스코건설이 강남 재건축 시장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신반포18차 재건축 사업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무혈입성이었다. 두 차례 유찰 끝에 조합과 포스코건설이 수의계약을 맺었다. 
 
반면 지난달 말 한 대표가 수주에 성공한 신반포21차는 경쟁사가 있었다. 상대도 막강했다. 강남 재건축에서 장악력을 높여온 GS건설이었다. 신반포21차 맞은편에는 3410가구 규모의 ‘반포자이’가, 옆에는 3685가구의 ‘메이플자이’가 위치해 있다. 자이 텃밭인 이곳에서 브랜드 파워가 밀리는 포스코건설이 수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업계에서는 조합원의 금융 부담을 최소화한 포스코건설의 입찰 조건이 수주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회사는 후분양 방식을 제안하면서, 골조 공사가 완료되는 공정률 70%까지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이 시기에 일반분양을 한다고 제시했다. 이 때 조합원에게는 중도금이나 공사비 조달에 들어가는 이자를 입주 전까지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사 완료 전까지는 회사가 자금 부담을 지겠다는 의미다. 
 
수주 결과만 놓고 보면 한 대표의 강남 진출은 이례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대표는 전부터 강남 진출을 위한 기반을 쌓아왔다. 연초에는 더샵 브랜드 로고를 11년만에 리뉴얼했고, 지난 4월에는 강남구 신사동에 아파트 브랜드 홍보관 ‘더샵갤러리’를 열었다. 모두 강남권 수주를 위한 포석이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로 강남 지역에서 정비사업장이 나올 확률은 높지 않지만, 한 대표는 이번 신반포21차 수주를 발판으로 주택 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더샵 브랜드 선호도 상승과 더불어 강남밖 지역의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한 대표는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주택사업 역량 확대로 주택 매출이 증가하면 회사의 손익 실적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주택사업은 다른 사업분야보다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연결기준으로 2017년 영업손익 흑자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영업이익률이 5%를 넘지 않고 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4.2%, 4.3%로 4%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에는 3.2%로 떨어졌다. 흑자전환 이후에도 실적 개선의 필요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1조9376억원, 영업이익 1209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은 6.2%다. 연말까지 6%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주택 매출 확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 대표가 안고 있는 다른 과제가 있다. 회사의 대외 이미지 쇄신 작업이다. 포스코건설은 그간 안전사고가 많은 건설사라는 오명을 털어내지 못했다. 2018년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건설사로 꼽히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오점을 씻어내고자 취임 직후부터 안전을 강조하고 나섰다. 취임 후 신년사에서는 “안전이 전제되지 않으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취임 직후 첫 업무도 안전기원행사로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도 한 대표는 “현장 안전은 회사 영속의 중요한 원동력”이라며 모든 임직원들에게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여러 대책도 내놓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협력사 선정 시 적용하던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했다. 최저가 낙찰제는 협력사에 적정한 시공비를 지급하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을 높인다는 비판이 잦았다. 이밖에 반복적인 사고를 내는 협력사를 제재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사물인터넷 기반 통합 안전관리솔루션 구축 등도 추진했다. 이처럼 한 대표가 안전 문제 개선 의지를 적극 내비치는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대외 이미지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 사진/포스코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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