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류가 일본을 관통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입력 : 2020-06-26 06:00:00 수정 : 2020-06-26 06:00:00
한류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신음하고 있는 이 어려운 시절, 이 암울한 계절을 관통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발신지는 이웃 나라 일본이다. 그것도 지속성을 갖고 찾아온다. 박수칠 일이다. 최근에 있었던 한류의 활약상을 펼쳐서 우리의 마음을 녹여보고, 그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중심이 되는 콘텐츠 다섯 가지를 중심으로 그 양상을 살펴보자. 
 
하나. 우선,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 BTS(방탄소년단)가 일본에서 앨범 최다판매 소식을 전해온 점에 주목한다. 지난 2월 발매한 ‘맵 오브 더 솔: 7‘ (MAP OF THE SOLE: 7)이 일본 오리콘 차트의 상반기 앨범판매 랭킹 1위에 올랐다. 해외 가수로는 36년 만의 일이며, 마이클잭슨 이후 해외가수로서는 첫 사례다. 지난 6월 19일에 보도된 것이다.     
 
둘. 일본에서의 한국 드라마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도 고무적이다. ‘사랑의 불시착’이 그 대표주자로 활약하며 일본인의 가슴에는 불시착이 아닌 편안한 정착을 하고 있다. 일본 넷플릭스에서 몇 달 동안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한 것. 그 인기가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붐을 일으켰던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를 연상시킨다는 기사가 흥미롭게 읽힌다. ‘이태원 클라스’, ‘더 킹:영원의 군주’ 등의 드라마도 호평으로 인기를 견인 중이다. 이른바 ‘한국 드라마’를 줄인 말 ‘한드’가 교유명사로 자리 잡을 태세다. 
 
셋. 지난 3월에 한국의 여배우 심은경 씨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일이 있었다. 외국 배우에게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주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쾌거다. ‘신문기자’는 모치쓰키 이소코(望月衣塑子)의 소설 『신문기자』를 2019년에 영화로 제작한 것으로, 일본의 현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스캔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도호(東?), 도에이(東?), 쇼치쿠(松竹) 등, 일본 3대 주요 배급사 등의 회원들이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 영화 관계자들의 시상식이다.  
 
넷. 일본 극장가에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한국의 ‘기생충’이 흥행 1위를 지키며, 역대 일본 개봉 한국영화 최고흥행작에 올랐다는 사실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코로나’라는 최악의 상황을 뚫고 펼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낭보가 분명하다.    
 
다섯. 한국문학의 선전이다. 이미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알린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15만 부 이상 팔렸다는 소식. 다른 어떤 한류 콘텐츠의 활약보다 반갑게 들린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일본출판시장이 한국문학 작품에 쉽게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던 그간의 상황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시그널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문학이 일회성 인기로 소멸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게, 작품의 개발과 보급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럼, 왜 일본에서 한류가 성과를 내고 있을까. 그에 대한 분석은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한류를 견인하는 이들 콘텐츠에 대한 질적 우수성을 평가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향후의 전망을 밝게 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서 생각하며, 스마트폰과 SNS에 친숙한 젊은 층의 소비 패턴도 한류 확산에 긍정적 요인이다. 
 
이러한 일본에서의 한류 콘텐츠 성과와 함께, 지난해 우리나라의 한류 수출액은 14조 9천억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도 대비 22.4% 증가한 수치. 지난 4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은 ‘2019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를 공개하면서,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 등에 힘입은 바 크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한일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다. 아니 최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적 공감대는 서로의 유대를 튼튼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에는 앞서 언급한 다섯 가지 콘텐츠 외에 다양한 한류가 일본인의 정서에 자리 잡고 있고, 한국에는 일본소설이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로 우리의 일상에 정착해 있다. 
 
때로는 국경과 이념을 초월하여 인간의 행복 창출에 기여하는 것. 그것이 문화가 가진 중요한 값어치의 하나다. 한류의 활약상을 펼쳐보며 생각한다. 아침부터 쏟아진 장맛비가 불편한 한일관계도 코로나바이러스도 모두 씻어냈으면 하고.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 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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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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