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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국유화설에 채권단 신중론
공적자금 투입, 대마불사 비난 부담…산업은행, 이번주 중 입장 발표
2020-08-02 12:00:00 2020-08-04 17:18:13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될 경우 '국유화'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지만 채권단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M&A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국유화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는 항공 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아시아나의 국유화가 옳은 선택이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다. 정부는 수십년전 외환위기 구조조정 일환으로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M&A 계약 무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은 이번주 중으로 아시아나 매각과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M&A를 철회할 경우 지금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한 뒤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투입과 관련한 발언이 이어졌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앞서 손병두 부위원장도 아시아나 국유화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 역시 인수합병이 불발될 경우 '플랜B(대안)'를 염두해두고 있다. 현재로선 마지막 보루인 국유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대우조선해양 때처럼 큰 기업은 쉽게 죽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지적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익명을 요구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이 '노딜'로 확정되면, 기안기금 등 정부자금 지원을 통한 사실상의 국유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는 '대마불사' 비난을 그대로 받게 된다"고 말했다.
 
기안기금을 지원하면 이익공유 과정에서 출자전환이 이루어진다. 사실상 정부가 지분을 가져가는 것인데, 이에 정부는 의결권 행사로 경영권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가 아시아나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공적자금 회수도 문제가 된다. 정부·채권단이 수십년전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했던 공적자금은 아직도 회수하지 못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만들어진 공적자금 168조7000억원은 지난 3월 기준 회유율이 69.3%(116조8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채권단은 가까스로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했지만 일각에서는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8년 당시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7조원이지만, 채권단은 2조원 안팎의 금액에 매각했다. 당시 산은은 "M&A의 목적은 공적자금 회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외환위기 때 투입했던 우리금융 지분도 여전히 매각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18.3%를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최대 10%씩 분산 매각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예보가 취득한 한화생명 지분 10%도 아직 적절한 매각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책은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방만경영으로 '한정' 감사의견을 받는 등 엄밀히 말하면 코로나 이전 부실기업"이라며 "익스포져(위험노출액) 비율도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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