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보험사 잇단 매물로…알짜배기 어딘가 찾아보니
악사손보, 자동차특화 '한계' 평가…라이나생명, 보장성보험 주력 '장점'
2020-08-24 06:00:00 2020-08-24 07:51:28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중소형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보험업황이 악화되면서 외국계 보험사들이 '탈한국'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매물로 나오는 외국계 보험사를 놓고 금융지주사 등 금융업권이 어디가 알짜 매물인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분주한 모습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프랑스계 악사(AXA)손해보험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과 중국계 동양생명, 유럽계 손해보험사들에 관한 매각설도 잇따르고 있다.
 
악사그룹은 삼성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 악사손보의 매각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사손보는 국내 최초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출시한 온라인 전업 보험사로 임직원 수는 1900여명에 달한다.
 
악사손보의 시장가치는 보험업계 가치측정 방식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배수 기준으로 16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PBR의 0.7배에서 1.1배 등을 적용해 접근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며 "지역마다 손해율이 다르고, 지역 가입자의 비율도 중요해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악사손보의 매각 소식에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고정비 비율이 높은 손해보험업 특성상 시장점유율이 7% 이상이 돼야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오는데 악사손보의 시장점유율은 1%다. 원수보험 기준 시장점유율이 7% 이상인 곳은 △삼성화재(21.8%) △현대해상(15.9%) △DB손해보험(15.4%) △KB손해보험(12.2%) △메리츠화재(10.0%) 5곳 뿐이다. 
 
자동차보험 특화 보험사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악사손보의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84.34%다. 지난해 기준 악사손보는 3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은 94.8%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악사손보의 주력인 자동차보험은 이미 대형 4사 중심으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이 더 이상의 보험업 라이센스 발급 예정이 없는 만큼 라이센스 획득 차원에서는 금융지주나 사모펀드(PEF)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시그나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한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이 나오며 보험업계가 들썩였다. 시그나그룹은 매각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IB업계는 라이나생명을 잠재매물로 거론하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알짜 매물로 꼽힌다. 매각가만 2조원 넘게 추산된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기준 자본 가치는 1조6752억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509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성보험에 주력한 국내 보험사들과 달리 텔레마케팅을 통한 보장성보험을 주로 판매해 2023년 도입되는 IFRS17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보험사로 평가받는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의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 보험당국 출신이 동양생명의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되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총자산 규모가 30조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저축성보험 비중이 여전히 높아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지 않는다. 보험 포트폴리오 개선 과정에서 보험료 수입이 감소하고, 보험금과 환급금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순익이 과거에 비해 저조한 수준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동양생명은 2017년 보험료수익으로만 5조1369억원을 냈지만 2018년 4조2625억원, 지난해 4조5264억원으로 4조원대로 떨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국계 메트라이프, 홍콩계 AIA생명도 매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매각설일 뿐"이라며 "다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국내 보험업황의 상황이 안 좋아지다 보니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꾸준히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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