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공수처 속도보다 공정
입력 : 2020-09-25 06:00:00 수정 : 2020-09-25 06:00:00
국회의 입법은 우리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단편적인 예로 '김영란법'·'윤창호법' 등이 그러하다. 김영란법으로 우리 사회의 뇌물·접대 문화가 일정 부분 해소됐고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미 법 시행일이 지났지만 아직 출범하지 못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그러할 것이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3부요인, 국회의원은 물론 판사·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 행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구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개혁 핵심으로 공수처 설치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입법이 국민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안 심사 과정에서 숙의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선의에서 시작된 법이 부작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수처에 대한 숙의는 이미 국회는 물론 학계·법조계에서도 오랜 기간을 거쳐 진행돼온 만큼 기능에 대해 더이상의 숙의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공수처 출범을 위해선 '공정성' 확보가 마지막 과제이자 필수적 과제다. 공수처가 자칫 정권의 칼자루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공수처 출범을 반대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연유에서다.
 
현재 여당은 공수처 출범의 속도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논의는 충분히 이뤄졌으며 야당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야당에서도 공수처 출범 지연의 원인이 됐던 공수처장 추천위원 후보를 추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여당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기 보다는 기존의 절차대로 야당의 후보 추천을 기다려야 한다.
 
즉 공수처를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출범시켜야한다는 목적보다는 '공정성'을 확보하는 공수처 출범이 목표가 돼야 한다. 공수처가 적정한 수준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체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대 공수처장은 정치 편향적 인물이 아닌 균형 잡힌 인물로 선정돼야 하는 것이다.
 
또 공수처가 출범 이후에도 독립기구로서 위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공정성이 확보되지 못한 공수처라면 어떠한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야당 인사에 대한 탄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여당은 야당의 주장을 '정치 공세'와 '지연 전략'으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야당에게도 공수처 출범을 위한 최후의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한동인 정치팀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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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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