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오늘의 이슈 시간입니다. 산업부 손정협기자 나왔습니다.
어제 저녁 전경련 회장단이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초청을 받아 한남동 승지원에 모였죠. 이 자리에서 회장단은 이건희 회장에게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고 하던데요. 어제 자리는 어떨게 만들어졌나요?
기자:어제 만찬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복귀 후 인사 차원에서 지난 5월 전경련 회장단을 초청해 이루어진 자립니다.
초청이 있은 뒤 실제 만찬까지 두달이 걸린 셈인데요, 마침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힌 직후에 있었던 만찬이라 더욱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에서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만찬이 전경련 회장 논의와는 전혀 무관하게 마련됐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날 만찬에는 강덕수
STX(011810) 회장, 조양호
한진(002320)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000210) 회장, 김승연
한화(000880) 회장, 박용현
두산(000150)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008250) 회장, 류진
풍산(103140) 회장, 신동빈 롯데 부회장, 최태원
SK(003600) 회장, 최용권
삼환기업(000360) 회장, 현재현 동양 회장, 정준양
포스코(005490) 회장, 이웅열
코오롱(002020) 회장, 김윤
삼양사(000070) 회장,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열다섯명이 참석했습니다.
앵커:삼성은 부인했지만 공석이 된 전경련 회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었을 텐데요,
기자:그렇습니다. 사실 재계에서는 차기 전경련 회장이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중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데요.
최태원 SK 회장은 아직 나이가 50대에 불과해 연륜을 중시하는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데 부담이 있고 구본무
LG(003550)회장은 1990년대 후반 LG반도체를 빅딜하는 과정에서 전경련과 마찰을 빚은 후 현재까지 소원한 상탭니다.
결국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재계의 일치된 평갑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측은 전경련 회장을 맡을 뜻이 전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습니다.
앵커:그래서 재계가 이건희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컸겠군요.
기자:그렇습니다. 이 회장이 2년만에 경영일선에 복귀해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경련을 이끌어주기에는 누구보다 적임자로 인정됩니다.
고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을 창설해 초대 전경련 회장을 지냈고, 내년이 전경련 창립 50주년인 것도 이 회장을 추대할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사면을 받은 이유는 IOC 위원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달라는 겁니다.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유는 삼성이 위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이른바 '위기론'인데요,
결국 이 회장의 당면 과제는 올림픽 유치와 삼성의 경쟁력 강화로 요약됩니다.
회원사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정부에 건의하는 전경련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맡기에는 명분이나 실리가 충분치 않습니다.
앵커:실제로 이날 이 회장은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면서요.
기자:전경련에 따르면 만찬장에서 회장단은 만장일치로 이 회장을 추대하겠다고 말했고 이 회장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노'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건희 회장의 수락을 얻는데 실패한 회장단은 조석래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조 회장의 건강상태를 지켜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앵커: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적임자들이 모두 거절의사를 밝힌 만큼 전경련 회장을 찾는 작업은 앞으로 상당기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을 설득하려는 작업이 계속되겠지만 성사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4대 그룹 이외의 총수를 회장으로 물색하면서 연령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