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거리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수사기관의 증거 위법 수집을 이유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영장 혐의 사실과 공소사실의 내용, 수사기관이 동영상을 압수하게 된 경위 등을 비춰보면 각 동영상은 영장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도 있다"면서도 "(동영상 탐색·복제·출력에)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됐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각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피고인이 수사 단계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압수절차의 위법성을 다투지 않았다거나 영장 혐의 사실과 비교할 때 범행 방법이 동일해 피고인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등 검사가 상고 이유로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위법수집 증거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원심 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해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각 동영상은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3월 경기도 안산에서 여자 화장실로 쫓아간 혐의(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 칸막이 아래로 전화기를 넣어 피해자 촬영을 시도했다 발각된 혐의(카메라 등 이용 촬영)로 수사 받았다.
이후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A씨 혐의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 스마트폰 두 대를 압수하고 디지털 증거분석을 시작했다. 경찰은 영장에 적힌 혐의 관련 사진·동영상을 찾지 못했다.
대신 경찰은 같은해 3월 수원역과 안산 중앙동 일대에서 스물 세 차례 걸쳐 불특정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영상, 4월 안산에서 버스에 탄 10대 여학생의 교복 치마 속을 찍은 영상 등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 파일을 토대로 피의자신문을 했다. 검사는 A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하고 해당 파일들을 유죄 증거로 법원에 냈다.
1심은 A씨 혐의 내용이 수사 당시 압수·수색·검증 영장에 적힌 혐의와 달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이 각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도 않아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유죄 증거로 쓸 수 없고 A씨 자백을 보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위법 수집증거여도 유죄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에 검찰이 재차 상소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