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현지시간) 한달째를 맞으면서 항공사 영업 환경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다. 항공사들이 러시아를 우회하면서 높아진 유가에 대한 부담이 늘었고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이후에도 전쟁 변수가 남아있어 여행 수요의 완전한 회복은 당분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지난 15일부터 인천발 유럽 노선 화물기에 대한 모스크바 경유를 멈췄다. 유럽행은 중국과 카자흐스탄, 터키를 경유하고 미주 동부 노선은 알래스카 태평양을 지난다.
이렇게 러시아를 우회하면 편도 기준 비행 시간이 최소 1시간에서 최대 2시간45분 늘어난다.
전쟁으로 연료비가 늘어난데다 비행시간도 늘어 항공사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18일 기준 배럴당 140.26 달러다. 전년비 108.7% 증가했고 전월보다 31% 올랐다.
연료비 상승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한항공 영업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8%였다. 아시아나항공 유류비는 지난해 3분기 26%를 차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달째에 접어들면서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촬영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올해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23일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가와 환율,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며 "항공사의 원가를 구성하는 주요 지표가 동시에 악화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구주노선과 미주노선의 러시아 영공통과 운항이 어려워져 비행시간과 비용이 증가하고 장거리 노선 일부는 탑재량 제한까지 받게 된다"며 "회사는 당면한 위기 극복을 위해 전부문이 비상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은 여객 수요 회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 21일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가 시작됐지만 항공사는 신규 운항 허가가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해외 여객 수요와 직결되는 여행업계도 전쟁 관련 변수가 장기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본다. 신혼여행을 앞둔 부부들은 국내에서 하와이로 일정을 바꾸고 유럽 여행객은 서유럽 중심으로 상담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강순영 대한중소여행사연대 대표는 "원래 (해외 여행) 생각을 못했던 분들이 전쟁과 거리가 먼 하와이 여행을 예약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와 전쟁 외에)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