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삼성전자가 결국 ‘인위적인 감산’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지난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이후 30년 동안 감산을 단 한 차례도 시행한 적 없는, ‘무감산 전략’을 고집해온 삼성이 30년 만에 감산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에서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공식화했습니다.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1위 업체가 감산을 선택한 만큼 업황 반등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에 이어 메모리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일찌감치 지난해 하반기 감산을 단행했습니다.
이들이 감산을 발표했을 때 업계 안팎에선 내심 삼성도 동참할 것을 기대해왔습니다. 2,3위 업체가 감산을 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삼성이 감산을 선택하지 않으면 업황 반등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선 삼성이 올해 1분기 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조기 감산을 선택했더라면 1분기 영업이익이 더 나아졌을 거라고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합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7일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입니다.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회사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반도체 적자 수준이 시장 기대치보다 확대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로 출하는 부진했고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하락해 더 극심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이 올 1분기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통상 잠정실적 발표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만을 공개해왔는데,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설명 자료를 냈습니다. 자료에서 삼성은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실적 하락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역사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더라면’이라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우리나라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의 기업 실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