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의 이른바 '횡성한우 원산지표기 판결'에 대해 '교조주의'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43·사법연수원 25기)에 대해 대법원이 법관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하급심 판사가 자신의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에 대해 학술논문이 아닌 반박글로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7일 "김 부장판사의 행위가 법관윤리강령상 '직무의 성실성 여부'를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관윤리강령 4조 5항은 '법관은 교육이나 학술 또는 정확한 보도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공개적으로 논평하거나 의견을 표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횡성한우 원산지표기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법원 인터넷 내부게시판인 코트넷 게시판에 '대법원의 횡성한우 판결에 대한 소감 -무엇을 위한 판결인가? 대법원은 교조주의에 빠져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글에서 "행정기관의 고시가 미비하다고 하더라도 상식[條理]에 비추어 볼 때)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서 규정한 '사육행위'로 볼 수 없고, 이러한 행위는 유통업자에 의한 단순보관 행위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판단해 소비자들을 기만한 농협 간부들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해당 조합장을 법정 구속했다"고 자신의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는 "대법원의 논거는 유통업자가 이동후 2개월 내에 도축했더라도 개별상황에 따라 사육행위로 볼 수도 있다며 개별적으로 상황을 판단해 '사육행위'와 '단순보관(도축행위)' 중 무엇인지 비로소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인데 언뜻 볼 때 그럴듯하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는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 농협이 소비자들에게 판매행위를 한 것은 2006년의 일인데,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미 쇠고기로 소비된 수백 마리의 소들에게 먹였던 사료, 보관했던 장소, 그 당시 소들의 개별적인 건강상태 등을 어떻게 조사할 것이며,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인가"라며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 법원으로서는 불가능한 조사방법을 판단기준으로 제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해당 부분에 대한 무죄판결을 이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지리적 표시(명품 횡성한우)'에 대한 권리자들도 분통을 터뜨리는 유통업자들의 탈법행위에 대해 굳이 대법원이 불가능한 조사기준을 제시하면서까지 무죄판결을 선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판사의 글이 올라오자 법원 내부 게시판에는 여러 댓글이 달리면서 김 부장판사의 의견을 반박하는 글도 나왔다.
김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설민수 부산동부지법 부장판사는 "행정규제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이고 그 틈을 잠탈한 개인이 있다면 이를 행정벌을 넘어 형사처벌로서 부과해야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상대적으로 어마어마한 행정규제를 형사벌로 처벌하고 있는 한국의 체계에서 법관의 임의적 보충현상 심화는 결국 규제행정체계의 형사처벌화를 강요하거나 강화하는 길이 될 것이고, 매일 빠른 사건처리를 부담하고 있는 한국법원의 현실에도 맞지 않는 체계"라고 김 부장판사의 의견을 반박했다.
'횡성한우 원산지표기 사건'은 동횡성농협조합장 등이 충북 옥천 등에서 데려와 횡성에서 키운 한우를 '횡성한우'로 속여 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1심에서는 "별도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이었던 2심에서는 유죄를 인정해 조합장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고 조합원 직원 등 3명에 대해서도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