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4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운동을 벌여 광고주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씨(45) 등 네티즌 24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은 이씨 등이 광고주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언론사들에 대한 업무방해행위에 대해서는 제3자, 즉 광고주들을 통해 업무를 방해한 것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이 성립되는 지 여부를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를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되돌려 보낸 것이다. 무죄취지는 아니며, 파기환송심 심리에 따라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먼저 판결문에서 "소비자불매운동은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해동의 자유 등의 점에서 보호될 수 있으나 전체 법질서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지 못하면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 등의 광고주들에 대한 업무방해 등의 행위에 대해 "피고인들이 공모해 광고주들에게 지속적, 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거나 항의글을 게시하고 그 밖의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중단을 압박한 행위는 피해자인 광고주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세력으로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봐야 하고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언론사들에 대한 업무방해 여부에 대해 먼저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행사되어야 하므로 그 위력 행사의 상대방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 그로 인해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가능성이 직접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이를 실질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피해자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심은 피고인들의 불매운동에 동조한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실제 광고 게재가 중단요구가 이뤄졌고, 이를 광고주들과 광고계약의 당사자 지위에 있는 신문사들에 대한 위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고 신문사들을 피해자로 인정, 유죄로 판단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심 판단은 제3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와 피해자의 업무에 대한 방해의 결과나 위험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만 하면 곧바로 피해자에 대한 위력의 행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유죄로 인정 했으나, 피고인들의 행위로 신문사들이 실제 입은 불이익이나 피해의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이는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의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씨 등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조선·중앙·동아일보가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보도만을 한다는 이유로 이들 신문사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에게 산발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씨는 보다 조직적인 압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같은해 5월 '조중동폐간 국민캠페인'이라는 카페를 개설한 뒤 광고주 명단을 게재하고 광고중단압박에 동참할 회원들을 모아 광고주 등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최모씨 등 일부 네티즌들은 5초에서 10분간격으로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낸 업체들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5초에서 10분간격으로 ‘새로고침’을 하는 방법으로 서버장애를 일으킨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기소된 네티즌 모두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 이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나머지 네티즌 중 1명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3명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김모씨 등 네티즌 5명에게는 벌금 300만원을, 홍모씨 등 4명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하고 박모씨 등 10명에 대해서는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양모씨 등 7명에 대해 벌금 300만원, 4명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하고 9명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