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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소녀', 순수와 광기를 가진 두 남녀의 핏빛 로맨스
여운이 남는 영화적 대비와 강렬한 메시지
입력 : 2013-10-22 오후 3:18:52
◇'소녀'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2013년은 신인 영화감독들의 흥행이 눈에 띄는 해다. 영화 '감시자들', '더 테러 라이브', '숨바꼭질' 등 다양한 영화들이 신인 감독과 함께  시장에 등장했다.
 
'소녀' 역시 신예 최진성 감독의 입봉작이다. 다른 신인 작품들이 상업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소녀'는 예술성이 더욱 짙은 영화다. 
 
이 영화는 사소한 말실수로 친구를 죽게한 윤수(김시후 분)과 잔혹한 소문에 휩싸인 해원(김윤혜 분)의 위태롭고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그 속에서 빛과 어둠, 순수와 광기, 침묵과 소음 등 영화적 대비는 감독의 역량을 돋보이게 하고, 영화 말미의 메시지는 무게감이 있어 강렬하다. 윤수 역의 김시후는 순수함과 광기를, 해원 역의 김윤혜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여린 소녀의 깊은 감성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공간과 배경을 이중적으로 사용한 감독의 선택은 신선하면서도 강렬하다. 어두운 공간에서의 터지는 빛, 침묵 속에서 윤수에게 느껴지는 찢어질듯한 이명, 흰 눈과 붉은 피 등 최진성 감독의 영화적 대비는 일품이다.
 
공간의 이중성을 표현한 부분 역시 놀라운 대목이다. 윤수와 해원이 교감하는 얼음호수, 숲 속의 벤치, 외딴 창고는 영화 초반부 설렘이 가득한 순수한 공간이지만, 감정이 깊어지는 영화 후반부에는 잔혹하고 무서운 공간으로 변형된다. 또 윤수의 사랑이 담긴 스케이트는 영화 말미 또다르게 변질된다.
 
이렇듯 영화 내 등장하는 설정이나 배경, 소품은 단순한 장치가 아닌 다양한 상징을 포함하고 있어 흥미를 돋운다. 더불어 영화 전반적으로 흐르는 몽환적인 분위기 역시 영화를 몰입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김시후-김윤혜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상징 뿐 아니라 메시지도 무겁고 거대하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나 뒷 담화가 한 사람의 인생에 파국을 안길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은 세련되면서도 무겁다.
 
특히 구제역이 번지면 멀쩡한 돼지도 산채로 파묻히는 현상과 대비해, 소문과 실제와 다름에도 생매장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린 대목은 여운이 깊다.
 
극을 이끄는 김시후와 김윤혜의 표현도 영화만큼 수준이 높다. 앞서 '친절한금자씨', '써니' 등에서 얼굴을 비춘 김시후는 윤수가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갑작스럽게 몰아닥치는 광기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순수함을 표현할 때는 마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맑은 이미지지만, 감정이 큰 폭으로 변화하고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서는 잔혹한 광기를 매섭게 표현한다.
 
말수가 적고 상식과 조금씩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해원 역의 김윤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비스러운 비주얼을 해원에게 투영시켜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김윤혜는 미스테리한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여린 소녀의 감성을 절묘하게 연기한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했지만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했던 김윤혜에게 '소녀'는 아마도 첫 사랑같은 필모그래피가 될 듯하다.
 
스타일리쉬한 연출과 몽환적인 분위기, 자유로운 영화적 표현, 신예 배우들의 풋풋하면서도 잔혹한 감성연기, 깊은 메시지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소녀'는 예술적인 영화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관객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상영시간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11월 7일 개봉.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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