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뉴스토마토 김나볏·함상범기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장 사이먼 래틀이 내한했다. 지난 2005년과 2008년, 2011년에 이은 네 번째 한국 방문이다. 이번에도 역시 베를린 필을 위해 지휘봉을 잡는다. 특히 사이먼 래틀이 오는 2018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베를린 필을 떠나기로 밝힌 후 첫 내한공연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1882년 창단한 베를린 필은 131년의 긴 역사 동안 웅장하고 깊이 있는 음색을 앞세우며 오케스트라로서 대체불가능한 위치를 점유했다. 실력 있는 오케스트라 구성은 기본이고,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가 연이어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맡으면서 지금의 베를린 필을 있게 했다. 이중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예술가로서, 지휘자 카라얀 이후 베를린 필의 명성을 이어오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11일과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에서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은 슈만의 독일 낭만파 음악부터 불레즈로 대표되는 프랑스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11일에는 슈만 교향곡 제1번,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연주한다. 12일에는 불레즈의 곡인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이먼 래틀은 한국을 다시 한 번 방문한 소감에 대해 "한국 관객들은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라며 "클래식 애호가가 많은 한국을 찾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음악은 현대적이어야한다"라면서 음악은 수 세기를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사이먼 래틀과의 일문일답.
◇사이먼 래틀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게 됐는데 소감을 말해준다면.
▲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이브닝'. 시차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인사를 했다.(웃음) 한국 관객들만큼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높은 관객들이 없다. 그만큼 클래식 애호가가 많은 한국을 다시 찾게 돼 기쁘다.
- 이번 내한공연 프로그램 구성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해달라.
▲나는 레퍼토리를 짜는 것을 음식에 비유한다. 특히 12일날 브루크너의 교향곡은 서정성과 대중적인 친숙성이 있어 오스트리아의 배경이 그대로 전달되는 훌륭한 곡이다.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그 전에 연주하는 노타시옹은 빠르고 인텔리한 방식으로 김치나 스프 같은 양념 역할을 한다. 이로써 밸런스를 맞춘다.
특히 노타시옹은 작은 씨앗에 불과하던 피아노 음악을 많은 가지가 자란 나무처럼 현악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성대하게 변한 곡이다.
◇사이먼 래틀 (사진제공=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 10일 공연에 대한 레파토리도 설명해달라.
▲첫 번째 하게 되는 슈만의 교향곡과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봄이라는 테마를 주제로 한다.
하지만 슈만은 봄의 기쁨과 설렘, 축하를 담고 봄의 제전은 러시아 혁명의 파괴의 이미지를 비롯해 다소 암울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주제는 같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이다.
- 이전에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 필하모닉은 박물관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대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사이먼 래틀이 생각하기에 현대적인 고전 음악은 어떤 의미로 해석하나.
▲개인적으로 모든 음악은 현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하모닉은 바흐의 작품이 마치 어제 만들어진 듯 연주해야 한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 수 세기의 다양한 작품을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내 관점이다.
20~30년 동안 현대음악은 엄청난 발전을 이뤄왔다. 요즘 작곡가들은 전형성을 탈피하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여러 기호를 원하는 청중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신진 작곡가들이 어떤 곡을 만들지 전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한계가 없는 음악의 세계에 살고 있다.
- 필하모닉 공연을 봤을 때 협연자들을 내부 단원들로만 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원칙이 따로 있나.
▲ 협주곡의 협연자들을 내부단원만 한다는 원칙은 없다. 철저히 실력에 의거해서 결정한다.
인종, 성별도 무관하고 실력만 있다면 동물도 가능하다.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는다. 최근에 실력이 뛰어난 아시아인이 많다.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최고의 실력을 갖춘 협연자를 설정하려고 한다.
- 2018년까지만 필하모닉에 있겠다고 했다. 그 이후 거취는 어디가 될 것 같은가. 영국으로 돌아가나?
▲내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줘서 기쁘다. 2018년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았다. 필하모닉 가족들과 아직 이뤄야 할 것이 많다. 혹자들은 5년 뒤 런던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아직 미지수다.
내게 제한된 시간이 있다는 게 축복이다. 왜냐하면 다음 단계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에 갈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다른 오케스트라에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순간에만 집중하고 싶다. 64세가 됐을 때도 나를 계속 원할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 5년 뒤를 정말 모르겠다. 모호하고 이상하지만 이 순간 모든 것을 계획할 수 없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