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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변호인' 양우석 "젊은이여, 부조리한 현실을 혁파하라!"
입력 : 2014-01-14 오후 3:16:2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변호인'이 900만 고지를 넘어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기세가 수그러들만한 개봉 5주차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변호인'에 열광하고 있다. 돌풍을 넘어 태풍이다. 태풍의 주역 양우석 감독을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연일 강행군으로 이어진 언론 인터뷰가 어렵다며 손을 내젓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양 감독은 정작 인터뷰가 시작되자 타고난 이야기꾼인 듯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는 뚜렷했고 강했다. 너무 집중해서 듣다 보니 인터뷰가 끝나고 듣는 쪽이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NEW)
 
◇"80년대는 대한민국의 10대..이를 관통하는 노무현"
 
영화의 흥행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분석이 많다. '상식'이라는 코드, 배우들의 열연, 영화의 만듦새 등이 복합적으로 얘기된다. 감독에게 직접 '변호인'의 흥행요인을 물어봤다. 
 
"먼저 송강호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그의 연기력으로 펼쳐낸 송우석이라는 인물에 대한 공감이 큰 것 같다. 그리고 끝날 때쯤 송우석의 모티브가 된 인간 노무현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추억이 겹치면서 큰 공감들이 생기는 듯 하다."
 
그런데, 이 정도로는 썩 납득이 되지 않았다. "상식을 말하는" 이 영화가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건 우리의 현실이 그만큼 '비상식'적이고 '부조리'하다는 반증 아닐까?
 
양 감독은 "그 말에 100% 동의한다"고 했다. 
 
"우리가 추구했던 '영화를 통해 이해와 성찰을 가져보자'는 표현이 상식과 상통한다. 시대를 넘어서 어느 시대든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고 옳지 않을 것을 옳다고 한 시절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옳은 일이 잘 되고 있으니, 잘못된 일은 눈 감고 넘어가자'는 입장을 싫어한다"고 부연했다. "잘 되는 것은 상식적이니 당연히 잘 되는 거고, 비상식적인 것은 조금식 바꿔가야 한다. 그게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가 선진사회, 후진사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입봉작부터 엄청난 파장이다. 이런 신인 감독이 있었을까 싶다. 나이도 올해 40으로 적지 않다. 영화계에 오래 몸을 담았고 직업도 다양했다. 그런 그가 첫 작품으로 들고 나온 것이 '34세 노무현'이었다. 어떻게 노무현을 택하게 됐을까.
 
"92년 '3당합당' 때 편한 길을 두고 처절하게 싸우는 국회의원 노무현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 당시 신문 읽은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1980년대라는 시대는 사람으로 치면 10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대 때 키가 크고 힘이 세지고, 머리도 커지듯이 1980년대는 우리에게 그런 시대였다"는 것이다.
 
그 역시 1980년대를 공부하다 보니 10대 청소년기인 한국사회의 방황이 이해가 됐고, 그 시대를 관통한 상징적인 인물이 노 전 대통령과 김재익 전 경제부총리였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과 김재익 전 경제부총리는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던 인물들이다. 두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크다."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NEW)
 
◇"젊은이들이여 조건을 혁파하라"
 
양 감독이 '변호인'을 영화로 만들 생각은 한 건 20년 전이었다. 하지만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면서 이 이야기는 용도폐기 됐었다. 그 이후 수 많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났다.
 
이런 드라마틱한 과정을 지켜본 양 감독은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다시 내놓으려고 했다. 웹툰이나 다른 방식도 생각했다. 그가 오랜 세월동안 반드시 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내놓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젊은 세대를 보면서 느꼈던 슬픔도 이 이야기를 흘려버릴 수 없는 이유였다.
 
"젊은 친구들이 사회 조건에 맞추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슬펐다. 기성세대가 들이대는 조건에 스펙을 맞추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기성세대는 5공이나 그 이전 서슬퍼렇던 시기 독재를 뚫고 민주화를 만들었고, IT 불모지에서 IT 최강국을 만들었다. 선배나 부모들은 현실을 혁파하면서 왔는데 지금 청년들은 그 조건에 맞추기에만 급급하다."
 
얘기를 듣고 보니 '왜 노무현인지' 좀 더 이해가 됐다. 양 감독 말대로 그는 "밀도가 높았던 시기에 가난하고 힘도 없었지만 자기 신념을 뚜렷하게 펼쳐내며 상식을 옹호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의 한 시절을 보여줌으로써 젊은 세대를 각성하게 하는 게 그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 중 하나였던 셈이다.
 
"내가 '특정 인물을 존경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주어진 조건에 못맞췄다고 스스로를 '88만원짜리 잉여'라고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지금 젊은 세대가 '불임 세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윗 세대들은 뭐라도 이뤄냈는데 이번 세대는 못 이뤄낼 것 같기도 하다."
 
과연 젊은세대들만의 문제일까. 젊은 세대들의 질곡은 결국 기성세대의 문제 아닌가.
 
"원인은 물론 기성세대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답은 결국 젊은 세대가 찾아야 한다. 시대에 대한 성찰 없이 목표를 정해달라고 하면 정해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래도 젊은 세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다 보면 집단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목표가 생길 것이고, 몸으로 느끼는 그 목표를 향해 갈 때 암울한 현실이 혁신될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 송우석은 본인에게 주어진 모든 악조건을 바꿨다. 그것도 어설프게 바꾸는 게 아니라 온 몸을 다 바쳐서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양우석 감독이 이 시대를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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