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끓는 청춘'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한겨 안 한겨', '~했구먼' 등 푸근하고 정감가는 충청도 사투리가 스크린을 수놓는다. tvN '응답하라 1994'가 전국팔도 사투리를 TV에 담았다면, 영화 '피끓는 청춘'은 충청도 사투리로 러닝타임을 이어간다.
신선한 말투와 1982년 노는 언니 오빠들의 겉모습, 배경이 주는 볼거리는 새로웠지만, 그 뿐이라는 게 이 영화가 가진 아쉬움이다. 마치 영화 '품행제로'의 배경이 충청도로 넘어온 것이라는 느낌만 줄 뿐이다.
영화는 충청도를 접수한 일진 영숙(박보영 분)과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 분),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 분), 서울에서 전학 온 소희(이세영 분)의 치기 어린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숙은 중길을, 중길은 소희를, 광식은 영숙을 좋아하는 복잡한 사각관계를 형성한다. 애절함보다는 젊은 이들의 풋풋함을 코믹하게 풀어내려고 한다.
◇박보영-이종석-이세영-김영광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전반부는 네 사람의 관계형성을 유쾌하게 그린다. 중길이 학교의 여학생들을 유혹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화려한 스킬은 웃음을 안긴다. 온갖 무게를 잡고 패싸움을 일삼고, 남자도 수틀리면 컴퍼스로 내려찍는 영숙의 모습도 즐겁다.
충청도 일대를 주름잡는 싸움꾼 광식이의 일명 '후까시'도 웃음 포인트다. 서울에서 전학오는 소희는 청순미를 드러낸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영화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영숙과 중길의 꼬인 사랑 이야기부터 학교 선생님 김희원과 라미란의 사랑, 어릴 적 공부에 매진했던 중길이 삐딱하게 변해버린 사연, 중길의 아버지(권해효 분)가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사연까지 다양한 스토리가 잘 어우러지지 않고 흘러간다.
조화롭지 않은 스토리 전개에 몰입도와 긴장감은 떨어진다. 이는 영숙의 애틋한 마음이 큰 감동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단점으로 이어진다. 차라리 영숙과 중길을 축으로 하면서 광식과 소희 이야기에 집중을 했다면 어땠을까. 가족애라는 코드까지 넣으려고 했던 제작진의 과욕이 아쉽다.
엔딩까지 다 보고났을 때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단순한 오락영화인지 진지한 사랑영화인지 분간이 안 된다.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기에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허전하고 알맹이가 빠진 기분이다.
◇이종석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중길의 독무대로 그려진다. 그러다보니 이종석은 다양한 면면을 비추며 한층 더 성장한 이미지를 갖게 됐으나, 다른 배우들은 이렇다할 임팩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종석의 촌놈 카사노바의 변신은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능글맞은 말투와 행동, 여자를 유혹하는 자연스러움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무게와 진지함을 벗은 이종석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은, 그의 폭넒은 연기 스펙트럼을 재삼 확인시킨다.
◇김영광-박보영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반면 박보영의 변신은 다소 아쉽다. 청순함과 귀여움을 벗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고생으로 분한 박보영은 사투리가 다소 아쉬웠고, 강인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장면은 부자연스러웠다. 좀 더 강하게 인상을 쓰고 심하게 욕을 했다면 어땠을까. 절제하려고 했던 부분이 캐릭터를 밋밋하게 만들었다.
광식을 연기한 김영광은 치기어린 시절의 허세를 물 흐르듯이 표현한다. 김영광에게 있어서는 훌륭한 필모그래피가 될 것이다. 다만 이세영은 중길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장치에 그친다. 캐릭터 설정은 좋았지만, 임팩트 있는 장면이 딱히 없는게 아쉽다.
'품행제로'나 '써니'와 같은 1980년대 복고코드를 원하거나, 이종석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한 관객이라면 '피끓는 청춘'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