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70세에서 20세로 돌아간 할머니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 '수상한 그녀'가 22일 개봉했다.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한 이 영화는 중반부까지 쉼 없이 관객의 배꼽을 잡게 한다. 후반부 다소 감정 과잉이 있긴 하지만 엔딩은 그 어떤 영화보다 유쾌하게 장식한다. 코믹한 부분에 감각이 탁월한 연출이 돋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의 연출은 입양아의 상처를 다룬 '마이 파더'와 아동성폭행을 고발한 영화 '도가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시나리오를 받아서 연출을 했다는 황 감독은 예상과는 달리 유머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시대 할머니와 어머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황 감독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황동혁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무거운 영화 보면 악몽 꿔"
-'마이파더'와 '도가니'라는 무거운 작품을 만들었으면서, 이번에는 유쾌하고 신나는 코믹영화를 연출했다. 왜 코미디였나.
▲원래 코미디를 좋아하고 어두운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런 영화를 보면 악몽을 꾼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게 있어서. 잔인한 것도 못 본다.
영화 못 만든다는 말보다 안 웃긴다는 말을 더 싫어하는 사람이 나다. 그러다보니까 내 주위 사람들은 '너가 왜 코미디영화를 안 하냐'는 말을 자주한다. 그렇게 이상한 선택은 아니었다.
또 도가니 찍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다음 영화는 꼭 가볍고 즐거운 영화를 찍겠다고 다짐했다. 원래 쓰고 있었던 시나리오도 코믹한 초능력자 얘기다. '도가니'로 힘들었던 분들에게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제안받은 시나리오가 많았다고 들었다. 그중에 '수상한 그녀'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처음 받았을 때부터 재밌다는 생각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톰 행크스가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 '빅' 같은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판타지 설정이지만 공감이 있는 얘기가 많았고, 실제로 있을 법한 얘기가 와닿았다. 잘 섞어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있다면.
▲영화 말미에 보면 반현철(성동일 분)이 오두리(심은경 분)에게 "어머니 평생을 자식 키우느라 고생하셨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살아가라"라고 말하면서 고마움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넣고 싶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반현철의 입을 빌어서 내 부모, 이 시대의 할머니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게 많은 자식들의 마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황동혁 감독(오른쪽)이 배우들에게 연기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도전할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심은경"
-영화의 시나리오를 많이 고쳤다고 들었다. 어느 부분을 가장 많이 고쳤나.
▲중점적으로 고친 것은 오두리 캐릭터였다. 원래는 섹시하고 글래머러스했다. 할머니가 쭉쭉빵빵 미녀로 간다는 설정인데 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엽기적이고 통통튀는 캐릭터로 바꿨다. 그러다가 심은경이라는 배우를 선택하게 됐다.
-심은경에 대한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심은경이라는 배우에 대한 고마움도 클 것 같다. 연기를 보고 놀란 경우도 굉장히 많을 것 같다.
▲준비를 같이 많이 해서 일상생활이나 사투리, 걸음걸이는 큰 놀라움이 아니었다. 지금도 나랑은 사투리로 대화한다. 이 친구가 감정적인 연기도 정말 잘한다. 특히 대단한 것은 감정 통제가 된다는 것이다.
영화 중반에 '하얀나비'를 부르고 마지막에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라고 디렉션을 해줬는데, 그게 말이 쉽지 표현하기는 쉽지 않은 디렉션이다. 근데 그것을 틀림없이 해내더라.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해볼게요'라고 하더니 해냈다. 소름이 쫙하고 끼쳤다. 심은경은 도전할 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은 친구다.
-또 심은경을 칭찬하고 싶다면.
▲젊은 여배우라고 하면 모두 자기가 예뻐보이려고 하는 것만 신경쓴다. 근데 은경이는 그렇지 않다.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연기를 잘 할까'만 생각한다. 예쁘고 뭐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다.
박인환 선생님 앞에서 이빨 내놓는 장면을 봐라. 촬영감독이 "어떻게 여배우에게 그런 걸 시키냐"고 핀잔을 주는데, 은경이는 어떻게 하면 더 리얼하게 보일지만 생각하더라.
그러다보니까 정말 사랑스러운 얼굴이 나온다. 이런 여배우가 없다.
◇"영화감독, 예술만 생각할 수는 없다"
-'도가니'와 '수상한 그녀'를 보면 색깔이 전혀 다르다. 황 감독이 생각하기에 영화는 상품인가 예술인가.
▲양면성이 가장 심한게 영화같다. 감독은 예술을 하고 싶어하고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상품으로 생각할 것이다. 접점을 찾아가는 것 또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내 돈으로 영화를 만드는게 아닌 이상 내 고집만 피울 수 없다. 나를 믿고 돈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 게 첫 번째 책무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만들고 싶다면 단편영화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도가니 때도 손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흥행 요소를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진정성을 넣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공을 한 것 같다. 영화의 색이 다르더라도 같은 고민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