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인터뷰)'만신' 박찬경 감독 "한국판 '해리포터' 만들고 싶다"
입력 : 2014-02-27 오후 4:02:02
◇박찬경 감독 (사진제공=엣나인 필름)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박찬욱 감독의 동생으로 더 잘 알려진 박찬경 감독이 새 영화를 만들었다. 전작 '파란판장'에 이어 또 무속신앙을 소재로 했다. 북한 출신으로 국내 최고의 만신으로 알려진 만신 김금화 선생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 영화가 '만신'이다.
 
영화는 김금화 선생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의 모습까지 일대기를 그린다. 일제시대부터, 6.25, 새마을 운동 등 우여곡절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김금화 선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현대인들에게 거리감이 다소 있는 무속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는 것과 재연과 실제가 한 장면에 공존하는 연출 방식 등 기존 관념을 깬 영화라는게 영화관계자들의 말이다. 쉬운 영화는 아니다.
 
박 감독을 만나기 전부터 궁금한 것이 다양했다. 김금화 선생을 선택한 이유부터 독특한 연출방식, 문소리와 류현경, 김새론에 대한 감독으로서의 평가, 영화 감독으로서 어떤 목표가 있는지 등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런 박찬경 감독을 지난 26일 오후 서울 이수 아트나인에서 만났다. 다른 감독들이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놨고 솔직했다. 그러면서 예술가의 아우라를 풍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영화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심정이 어떤가.
 
▲사실 기사를 잘 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사를 많이 검색한다. 시험점수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주 본다. 많은 사람들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 왜 김금화 선생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다른 큰 무당도 많다. 그럼에도 김금화 선생을 선택한 이유는 역사를 의식하면서 살았고, 지나가는대로 사는 게 아니라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 분이 살아온 삶이 우리나라의 굵직한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다.
 
또 핵심적인 현장에 다 계셨다. 일제시대, 6.25, 새마을 운동 같은 시대도 그렇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같은 국가의 불운이 큰 사건에도 현장에서 굿을 하셨다.
 
역사를 관통한 분을 통해 현재를 말하고 싶었다.
 
- 김금화 선생을 직접적으로 대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 박 감독이 보기에 김금화 선생은 어떤 사람인가.
 
▲처음엔 나도 두려웠고 무서웠다. 내 속을 다 들여다보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본인은 평범한 할머니라고 하는데 대범하고 폭이 넓고 낙천적이다.
 
어려운 시절을 지내셨어도 떳떳하고 당당하다. 어디서든 주눅들지 않고, 굿의 당당함과 떳떳함을 지닌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 번은 굿을 하는 장면을 찍는데 나도 정말 힘들었다. 다들 힘들어서 지쳐가고 있는데 혼자 왕처럼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있더라. 어떤 상황이 와도 동요가 없으시다.
 
굿을 하다보면 신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면 제자 무당들은 놀라기도 하는데 전혀 동요가 없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이북 사람이지 않나. 이북 사람 특성이 꼿꼿하고 자존심이 강하고 그렇다. 지금 북한이 저런 체계를 갖게 된 것도 사람들의 성향이 그래서일 것이다.
 
김금화 선생은 원조 이북할머니니까 기백이 다르다. 그 기백이 사랑스럽다.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여성상이다.
 
◇박찬경 감독 (사진제공=엣나인 필름)
 
- 영화가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졌다. 소재도 소재지만 연출이 독특했다. 한 공간 안에 문소리와 김금화 선생이 같이 있다던가, 마지막 장면에 김새론이 문소리나 류현경을 만나는 장면은 기존 것과 판이하게 달랐다.
 
▲재연과 실제를 넣는 방식은 역사나 개인사를 다룰 때 흔히 쓰이는 방식이다. 그렇게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만신'의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같은 공간 안에 다큐와 픽션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문소리가 걸어가는 공간 안에 실제로 김금화 선생이 굿을 하고 있는 장면 같은 것이다. 그렇게 만든 이유는 '만신'을 보면서 영화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가 과거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과거를 설명하는 게 다큐의 방식이라고 하면, 나는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만들고 싶었다. 과거를 설명해주고 재연이 나와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에서 비롯된 일부'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는 영화가 굿에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굿이 워낙 종합예술이고, 과거의 영화의 역할을 했었기 때문이다. '굿이 확장된 것이 이 영화'라고 말하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굿에 대한 헌사'라고 말한 것도 그 이유다.
 
- 현재가 과거의 일부인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이유가 뭔가.
 
▲우리가 사는 사회에 숙제나 갈등이 많다. 분단이나 지역갈등 같은 게 잘 해결이 되려면 어디서부터 문제가 비롯됐는지 알아야한다. 역사를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현재를 설명하려면 과거가 필요하고 어디서부터 현재가 비롯됐는지 알아야 사회에 존재하는 갈등이나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사를 관통한 김금화 선생을 선택한 것이다.
 
- 연달아 무속신앙을 소재로 했다. 인터뷰를 보거나 기자회견 때 말하는 것을 봐서는 무속신앙에 대한 애착이 강해보였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나.
 
▲재밌는 우리의 문화다. 그런데 외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무시를 하고 있으니 화가 난다. 창피하지 않나, 억울하기도 하고. 자기 문화를 혐오하고 있다. 그게 싫다.
 
개인적으로 무속신앙이 재밌다. 다른 종교는 대체로 성스러운데 무속신앙은 인간적이면서 성스럽기도 하고 속되기도 한다. 성당에 가면 성가를 부르며 기부금 봉투를 돌리는데 무속신앙은 돼지머리에다가 지폐를 꽂는다. 얼마나 솔직한가. 이런식의 날 것이 좋다. 음담패설도 하고.
 
또 엄숙할 때는 엄청 엄숙하다. 위엄도 있고. 작두 탈 때는 위엄이 상당하다. 이렇듯 다양한 색깔이 있는 문화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김새론-박찬경 감독 (사진제공=엣나인 필름)
 
- 문소리와 류현경, 김새론이 출연한다. 세 배우의 연기에 소름이 끼쳤다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 감독으로서는 어떻게 봤나.
 
▲문소리는 '만신'에 출연하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다. 무당 역할을 받아들인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봤겠지만 무당이 하는 행동을 기가 막히게 한다. 대학교 때 판소리를 해서 익숙하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를 풀어줄줄도 알고 똑소리나는 똑똑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현경이는 몸이 마르고 갸냘픈데 눈매나 성격은 강단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강이 아니라 속으로 강하다. 김금화 선생의 10대를 표현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배우였다. 현경이의 촬영 일정이 제일 길었다.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새론이는 천성적으로 연기를 즐기줄 아는 애 같다. 겸손하고 순수한 면이 많다. 예쁜 것만 좋아할 나이인데 새로운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즐기더라. 귀엽기도 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김새론을 보면 엄청난 배우가 될 것 같다.
 
- 이번 영화는 제작비가 3억이었다. 만약에 제작비가 무한이라고 하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바리데기 설화를 가지고 해리포터 같은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 싶다. 바리데기는 최초의 무당 설화다. 한국판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해야하나. 7번째 공주가 버림받은 뒤 다시 아버지를 구한다는 서사인데 굉장히 재밌다.
 
여성의 한도 나오고 김금화 선생의 삶과 비슷하다. 300억쯤 들여서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CG도 넣고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만들고 싶다. 잘 만들수 있을 것 같다.
 
- 형인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를 보고 엄청 극찬했다. 형과는 어떤 사이인가. 공동 연출도 하고 그러시는데.
 
▲수다 떨고 어디를 같이 가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렇게 친하고 가까운 사람은 아니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 취향이 잘 맞는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공동작업은 정말 힘든데 형하고는 이상하게 편하다. 친한 친구라면 더 싸웠을 거 같은데 형하고는 오랫동안 지내온 게 있어서 그런지 편하다. '느낌 아니까'(하하).
 
이번에는 칭찬을 너무 세게해서 좀 당황스러울 정도다. 동생이라고 그렇게 해준 것 같다.
 
 
함상범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