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며 출발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51부라는 길고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종영했다.
'기황후'는 기승냥(하지원 분)과 타환(지창욱 분)이 모든 적을 물리쳤지만 끝내 행복을 이루지 못한 채 타환의 죽음으로 새드엔딩을 맞이했다.
실제와 거리가 먼 픽션이 가미된 이 드라마는 중반부 개연성이 부족한 전개와 속전속결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종영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기황후'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타이틀롤을 연기한 하지원부터 지창욱, 백진희를 비롯해 전국환, 김영호, 진이한, 조재윤, 김서형, 정웅인 등 출연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면에서 감점 요인은 분명하지만 51부작 '기황후'는 명연기의 향연이었다.
◇하지원 (사진제공=MBC)
◇역시 드라마의 여왕 하지원
'기황후'가 역사왜곡에 휘말렸어도 관심을 받은 이유는 하지원이라는 이름값이 컸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하지원은 '기황후'에서도 연기 내공과 열정을 통해 작품을 이끌었다.
극초반 남장 여자로 분해 활을 쏘고 말을 타고 달리는 액션 연기는 다른 여배우들과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였고, 중반부 아기를 찾기 위해 차가운 계곡으로 들어가 오열하는 장면은 하지원의 연기 열정이 빛난 순간이었다.
6개월여 방영 기간동안 지치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지창욱, 김영호, 전국환, 김서형, 백진희 등과 조화를 이루며 흠 잡을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황후가 되는 과정에서의 카리스마와 타환과의 멜로는 하지원의 가치를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하지원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기황후'라는 빛나는 한 줄을 더 새겨넣게 됐다.
◇지창욱 (사진제공=MBC)
◇지창욱·백진희..재발견의 연속
이 드라마에서 최대 수혜자로는 지창욱이 꼽힌다. 지창욱은 방송 초반부터 종영하는 그 순간까지 날선 연기력으로 작품 내에서 변신에 변신을 꾀하며 뛰어난 배우로 성장했다.
'기황후'에 출연하고 있는 다른 배우 관계자가 "지창욱의 연기력이 너무 뛰어나 모든 배우들이 긴장하고 촬영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지창욱의 연기는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초반부에는 힘없고 나약한 이미지 속에 불안한 눈빛, 어리바리한 행동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했다. 이후 겨우 황제 자리에 올랐지만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상황에서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승냥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비참한 현실에 눈물짓고, 승냥을 향해 듬직한 남자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승냥이 죽었다는 비보에 실어증에 걸린 장면에서는 삶의 의욕을 상실한 남자의 공허함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이후 연철(전국환 분) 일가가 제거되고 급전개로 이어진 5년 후에는 광기어린 왕의 모습으로 또 한 번의 변신에 성공했다.
지창욱은 방송이 거듭될 수록 영민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한 단계 성장한 배우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백진희 (사진제공=MBC)
지창욱과 함께 재발견된 배우는 백진희였다. 곱고 선한 이미지의 비주얼인 백진희는 '기황후'를 통해 "악역도 가능하다"는 것을 연기력으로 보여줬다.
연철의 딸이자 명문가 절세미인의 타나실리를 통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백진희는 독기 가득한 표정과 악에 받친 목소리로 완벽하게 타나실리를 표현했다.
이후 타환에게 사랑을 받지 못함을 슬퍼하고 고독해하는 모습과 하지원 김서형 등과 대립하는 장면, 죽기 직전 타환과 기승냥에게 서늘한 저주를 퍼붓는 장면은 백진희의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지점이었다.
'기황후'는 지창욱과 백진희라는 두 명의 20대 배우를 재발견한 작품이 됐다.
◇전국환-김영호-김서형-진이한(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MBC)
◇전국환부터 조재윤까지..조연들의 명품 연기
51부작인 '기황후'는 몇몇 사람만 주목하기에는 너무도 긴 작품이다. 하지원과 지창욱, 백진희가 활약했다하더라도 조연들의 명연기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수작으로 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에는 가치있는 조연들이 즐비했다.
▲폭발적인 카리스마의 연철 역의 전국환 ▲타환을 향해 충성을 다하다 권력욕에 눈이 먼 백안 역의 김영호 ▲백안 옆에서 브레인 역할을 도맡은 탈탈 역을 통해 강인한 인상을 남긴 진이한 ▲코믹한 이미지로 타환을 보좌한 내시에서 황제의 자리를 뺏으려는 매박상단의 수장으로 최후의 악역이 된 골타 역의 조재윤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기승냥과 왕유(주진모 분)를 괴롭힌 연병수 역의 정웅인 ▲돌궐의 병사들을 이끄는 비토루의 딸 연비수 역의 유인영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권력을 남용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도망자 신세가 된 당기세 역의 김정현 ▲타나실리와 대립하다 끝내 타환과 기승냥의 자리를 넘본 황태후 김서형까지 '기황후'를 풍성하게 만든 배우들은 나열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다.
뿐만 아니라 기승냥 옆에서 늘 힘을 보탰던 상궁 이지현이나 타나실리의 밑에서 그를 도운 상궁 역의 윤아정 등 신예 연기자들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매회 주어진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며 드라마에 긴장감을 높였다. 특히 진이한과 유인영은 기존 작품에서와 다른 이미지와 임팩트 있는 연기력으로 지창욱 백진희와 더불어 또 하나의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사왜곡 논란이나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전개에도 '기황후'가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이처럼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