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이영표의 해설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제공=MBC, K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월드컵은 방송3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시즌이다. 1000억대 광고시장이라 불리는 월드컵이다보니 시청률 0.1%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이 때문에 방송3사는 개막 전부터 스타 해설을 모시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올해 해설진은 가히 '춘추전국시대'라 불려도 좋을 만큼 재목이 많다. 지난 2002년 월드컵부터 시청률 1위의 기염을 토해온 차범근-차두리 부자(SBS)를 비롯해 2002년 한일월드컵 스타 출신 송종국-안정환(MBC), 이영표-김남일(KBS), 기자 출신으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오랫동안 해설을 해온 한준희(KBS), 박문성(SBS), 장지현(SBS), 서형욱(MBC)까지 재미와 정보를 두루 갖춘 해설진이 각 방송사에 포진됐다.
그중에서 최근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해설 스타로 떠오른 인물은 단연 안정환과 이영표다.
MBC <아빠, 어디가>에서 진정성 있는 솔직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안정환은 소위 '상남자' 해설로 재미와 함께 뛰어난 정보력으로 축구를 보는데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작두 해설'이라 불릴 정도로 승리팀은 물론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맞추면서 관심을 산 이영표는 차분하고 안정된 설명과 함께 정확한 분석을 통한 쪽집게 해설, 간간히 터지는 예능 멘트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안정환의 정보력-이영표의 분석력
인기를 모으고 있는 두 해설가지만 스타일에서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안정환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웃음을 자아내고 방대한 정보력을 내세우는 한편 이영표는 차분한 설명과 정확한 예측, 전문 방송인 못지 않은 발성과 발음이 장점이다. 그 사이에서 간간히 드러내는 예능적인 멘트도 인기를 모으는 지점이다.
두 해설가가 인기를 얻는 부분에는 예능적인 요소 뿐 아니라 좋은 해설가의 덕목으로 꼭 필요한 정확한 정보와 분석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환은 정보력에서 이영표는 분석력에서 해설가로서의 역량을 드러내고 있다.
안정환의 해설을 듣고 있다보면 각 선수의 특성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유명 스타 뿐 아니라 일반 팬들이 잘 모르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진가는 카메룬과 멕시코 경기에서 유독 드러났다.
MBC에 따르면 안정환은 누구보다도 정보 수집을 열심히 하고 끊임없는 공부로 중계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영표는 냉철한 분석과 쪽집게 해설로 관심을 사고 있다. 개막 전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몰락을 예측했고,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경기에서는 이탈리아의 2:1 승리를 예견했다. 코트디부아르와 일본 경기에서도 스코어까지 정확하게 맞췄다.
특히 일본이 앞서고 있던 후반 중반, 일본의 체력 저하를 지적하면서 "만약 10분 안에 코트디부아르가 점수를 낸다면 분명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후 코트디부아르가 연이어 2골을 몰아쳐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영표의 말이 그대로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때문에 조우종 KBS 캐스터는 이영표를 두고 지난 2010년 월드컵에서 활약한 예언가 문어에 빗대기도 했고, 각종 게시판에서는 이영표를 두고 '예언가', '토토의 신'으로 지칭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장면에서 이해하기 쉬운 화법으로 정확하게 설명해 "가장 깔끔한 해설가"로 칭찬 받고 있다.
◇노골적인 예능 욕심 안정환-은은한 예능감 이영표
안정환의 해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단연 예능감 때문이다. 안정환도 경기가 진행될 수록 예능 욕심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정환의 어록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하다. '니은자 슈팅', '꽈배기 킥', '가랭이 슛' 등 방송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채로운 언어를 구사해 관심을 사고 있다.
카메룬과 멕시코 전에서 억센 비가 쏟아지고 이날 경기에서 심판들의 오심이 많자 안정환은 "어제 경기도 그렇고 심판들의 미스가 많거든요. 이럴 때는 피파에서 비오는 날은 수영 안경을 쓰게끔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정확히 볼 수 있겠죠. 수영 안경을 쓰게 해도 괜찮아요. 왜냐면 선심들은 다칠 일이 없죠"라는 뼈가 담긴 멘트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 외에도 콜롬비아 대 그리스 전에서는 '가랑이 슛'을 '가랭이 슛'으로 표현했고, 코트디부아르 대 일본 경기에서는 첼시에서 자신의 유니폼이 잘 안팔리자 스스로 구매한 디디에 드로그바의 일화를 소개해 웃음을 안겼다. 아르헨티나 대 보스니아와의 경기에서는 "나는 메시에 비하면 새발의 피"와 "다시 태어나면 메시로 태어나고 싶다"라는 '다태메' 개그로 축구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반대로 이영표는 웃음을 주는데는 비교적 큰 목적이 없는 듯 보인다. 철저히 해설에 집중하며 매끄러운 중계를 하는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코트디부아르와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이영표의 예능감이 시도 때도 없이 터졌다. 이영표는 일방적으로 코트디부아르를 응원해 '편파 해설'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재밌는 멘트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줬다.
이날 이영표는 위기상황시 상대 공격수에게 붙지 않고 느슨한 수비를 한 조코라를 두고 "조코라 아직도 저러네"라는 말을 던졌다. 두 사람은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한 팀에 소속된 경력이 있다.
이영표는 코트디부아르가 공격에 실패할 때마다 대놓고 한숨을 내쉬어 조우종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이 모습마저 인간적이라며 그를 응원했다.
가장 큰 웃음을 줬던 장면은 코트디부아르의 보니가 첫 골을 넣은 장면이었다. 보니가 첫 골을 넣었지만 이를 정확히 보지 못한 이영표는 "제르비뉴"라고 외치며 좋아했다. 하지만 골을 넣은 이가 보니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이영표는 "보니면 어떻고 제르비뉴면 어떻습니까"라고 크게 웃어 큰 웃음을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코트디부아르가 승리하자 "비행기 4시간 타고 온 거 피로가 싹 풀렸습니다"나, 자신이 묶고 있는 호텔에 일본인이 많다며 조심해야 한다는 조크까지 던지는 등 이영표의 활약상은 대단했다.
◇비판도 날카롭고 단호하게..'상남자' 해설-'단호박' 해설
두 사람의 또 다른 장점은 비판과 지적에 있어 날카롭고 냉철하다는데 있다. 선수가 실수를 했거나, 심판이 적절하지 못한 오심을 했을 경우 시원시원한 표현으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가슴이 뻥 뚫리는 해설"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안정환은 아르헨티나의 수비수 사발레타가 자신의 진영에서 라보나 킥으로 걷어내자 "저런 꽈배기 킥은 수비진영에서 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하면 안된다"며 "내가 감독이면 저 선수 다음 경기에 안 쓴다"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또 카메룬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멕시코의 골을 오프사이드로 선언하며 오심이 연달아 나온 상황에서는 "오늘 경기는 심판이 모든 것을 해먹는 경기가 될 뻔 했다"고 심판의 잘못을 가차없이 비판했다.
단호한 해설은 이영표가 더욱 돋보인다. 오심에 있어서는 안정환보다 더욱 강한 화법으로 잘못을 지적한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단호박 해설'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에서 크로아티아 수비와 브라질 공격수와의 몸싸움 과정에서 심판이 페널티킥을 준 장면에서의 해설이 인상적이었다.
이영표는 "저정도로 페널티킥을 줘야 한다면 코너킥이 올라오는 모든 장면에서는 다 파울이다. 어깨에 손을 댄 것만으로 페널티킥을 주면 지금까지 모든 코너킥에서 다 페널티킥이 나왔어야 한다"며 단호하게 말해 다소 애매하게 말한 타 방송사와 차별점을 줬다.
이외에도 여러 장면에서 단호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피력하는 화법은 신뢰감을 높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 세계인의 축제라 불리는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의 승리를 위해 응원하는 것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아울러 안정환과 이영표 같은 새내기 해설들의 솔직한 해설을 듣는 것도 이번 월드컵을 즐기는데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