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초반 다소 진부한 '신데렐라 판타지'라는 우려가 있었던 <운널사>는 방송이 진행되면서 극에 현실감이 불어넣어지고 있으며, 장혁과 장나라의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하고 있는 점이 인기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전주이씨 9대 독자 이건을 통해 자만심 가득하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장혁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심하면서 평범한 김미영을 맡은 장나라의 호흡이 훌륭하다는 평가다. 지난 2002년 SBS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사람은 12년이 지나 더욱 안정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장혁 (사진제공=MBC)
◇장혁, 몸에 힘을 뺀 코믹캐릭터..연기변신 성공
장혁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전반적으로 무거운 캐릭터가 많았다. 드라마 <추노>,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이야기를 끌고가는 동시에 액션연기를 펼쳤고, 영화 <감기>에서는 감기 바이러스에서 희망을 주는 히어로였다. 어딘가 모르게 허세도 있으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는 인물들이었다.
그런 장혁이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로 변신을 꾀했다. <운널사>에서 극중 장혁이 맡은 이건은 돈이면 돈, 능력이면 능력, 어떤 부분에서도 재능을 발휘하는 캐릭터다. 아울러 '으으아하하하하라는 괴상한 웃음소리에, 자신감을 넘어선 지나치게 과장된 몸짓을 보이는 인물이다.
현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판타지스러운 인물이지만 장혁은 이를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이제껏 장혁이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이라는 평가다.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건은 제작진이 특별히 주문한 것이 아닌, 장혁이 직접 연구해서 만들어낸 캐릭터다. 장혁의 작품 분석력이 빛을 발한 지점이다.
시청자 게시판을 찾아보면 장혁에 대한 호의적인 글들이 눈에 띈다. 특히 "장혁 정말 웃기다"는 글들이 많다. 'TJ프로젝트' 등 자신의 과거를 희화화하는 장면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점 등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장나라 (사진제공=MBC)
◇장나라, 생활연기의 달인..안정감으로 장혁을 빛내다
이건이 톡톡튀고 자신감에 사로잡힌 인물이라면 장나라가 연기하는 김미영은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성이다. 상대방이 무안해할까봐 거절을 하지 못하는, 착하다 못해 바보 같은 면을 가진 인물이다.
장나라는 김미영을 통해 격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안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고단함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깊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뒷말을 흐리는 말투를 통해 소심하고 심성이 약한 모습도 적절히 드러내고 있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과장되고 허세스러운 이건이라는 판타지캐릭터에 현실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장나라가 안정된 연기를 펼치지 않았다면, 장혁이 이렇게 빛날 수는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또 그는 김미영을 통해 슬픈 감정을 끌어올리는데, 절제된 연기로 이를 소화하고 있다. <운널사> 한 관계자는 "장나라는 펑펑 우는 연기보다도, 미세하게 떨리는 모습으로 서럽거나 수줍어하는 등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절제된 연기력이 장나라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운널사>는 판타지와 현실감, 코믹과 신파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로맨틱코미디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다소 무거운 역할을 주로해왔던 장혁이 <운널사>를 통해 연기변신에 성공했고, 장나라는 기존 자신이 잘해왔던 생활연기를 더욱 깊이있게 표현하고 있다. 두 사람의 안정된 조화가 다소 뻔 한 내용의 드라마를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혁과 장나라가 12년 만에 만난 <운널사>는 앞으로 10회 분량을 남기고 있다. 코믹 속에서도 적절한 감동을 주고, '신데렐라 판타지'에 현실감을 불어넣은 이 드라마가 남은 반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