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하얗고 고운 피부에 맑은 눈. 비주얼부터 청순가련 그 자체다. 비주얼 때문에 배우 신세경의 시작점은 청순미였다. <하이킥2>에서나 <뿌리깊은 나무>, 영화 <어쿠스틱>에서 신세경은 누가 봐도 청순가련한 여인이었다.
그런 그가 조금씩 변화를 꿈꿨다. 영화 <푸른소금>에서는 소매치기였고, 드라마 <패션왕>에서는 홀로 뉴욕으로 넘어간 디자이너였다.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표독스러웠다. 한 발 한 발 자신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던 신세경은 신작 <타짜-신의 손>에서 '화투판의 꽃'이 됐다.
그야말로 파격변신이다. 욕설을 하고 담배를 피는 것은 물론,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눈빛을 더했고, 남자에게 구타도 서슴지 않는다. 갑작스레 이미지를 바꾸면 낯설기 마련인데, 이제껏 봐왔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변신에 성공한 신세경을 지난달 26일 만났다. 인터뷰 때 말수가 많지 않기로 유명한 신세경이었지만 <타짜-신의 손>은 달랐던 모양이다. 어떤 질문을 해도 길게 답했고, 한 문장 한 문장에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허미나에게는 애정이 엄청나요"라며 신나게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말하는 그의 모습에 1시간의 인터뷰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신세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허미나는 유니크한 캐릭터"
극중 신세경이 맡은 허미나는 오빠(김인권 분) 때문에 나락으로 빠진 실력있는 타짜다. 대길(최승현 분)을 위해 자신을 팔아 수억원을 챙겨주는 의리녀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해코지를 한 장동식(곽도원 분)에게 복수를 하는 당찬 여인이다.
"나 미친X이야", "동식이는 XX가 안 서지"라는 강한 대사도 던지며, 틈만 나면 담배를 핀다. 강하게 상대를 노려보는 눈빛도 이제껏 신세경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떻게 허미나를 시작하게 됐을까가 궁금했다.
"허미나에게 정말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 신세경은 "어떤 작품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뭐가 그리 끌렸나"고 물어봤다.
신세경은 "미나를 보면서 '나는 햇병아리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의 꼿꼿함이나 당당함을 닮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생색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미나는 생색을 내지 않는다. 대길에게 돈을 줄 때도,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남에도 티를 내지 않는다. 바라는 게 없이 희생하고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애정이 느껴졌다. 뭔가 빨리 말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편안한 자리의 인터뷰 중인데도 발음이 씹혔다. 허미나라는 캐릭터, 어디서도 본 듯한 느낌이 없다. 어떻게 캐릭터를 연구했냐고 물었다.
"원래 다른 작품의 캐릭터를 많이 참고하는데, 외화나 국내 작품에서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가 거의 없었어요. 그저 원작 만화랑 감독님과의 대화, 상대 배우와의 호흡으로 만들어낸 결과예요. 그래서 더 유니크하다고 생각해요."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요?"라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그래도 멘트에는 조금의 부끄러움이 없었다. 자신의 캐릭터를 자신이 자랑하는 점이 쑥스러울 뿐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캐릭터에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강형철 감독의 영향도 컸다. 그를 두고 언변의 마술사라고 신세경의 말에는 강 감독에 대한 애정이 커 보였다.
신세경은 "강 감독님은 정말 멋있다. 판단이 항상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필요한 부분은 디렉션을 주시고, 맡길 부분은 맡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분이다. 이번 작품은 유난히 정신적인 고민이나 고통 없이 작품에만 몰두하고 현장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강형철 감독이라면 차기작을 보지도 않고 바로 결정할 기세였다. "다음 작품 강 감독이 하자고 하면 시나리오가 쓰레기여도 할 것 같다"고 말하니 "강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쓰레기로 쓰실 분이 아니에요"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강 감독님이 또 불러주시면 아마 무조건 할 것 같아요"라며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강 감독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 그다. 다시 만난다면 또 한 번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건 비단 기자 뿐만이 아닐 것이다.
◇신세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노출? 부담감은 있었지만.."
<타짜>에서는 김혜수가 옷을 벗었다. 심한 노출은 아니었지만, 노출이 많지 않았던 김혜수였기에 파급력이 강했다. 김혜수에 이어 신세경도 노출을 감행한다. 엉덩이를 과감하게 노출한다.
1990년생이다. 20대 중반 곱디 고운 여배우에게 노출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신세경은 개의치 않았다.
"사실 주변에서 노출 신을 두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촬영할 때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소모적인 신이 아니잖아요.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들이 많기는 해요. 그래서 임팩트가 큰 거지, 단순히 노출만 해서 임팩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당했다. 그래도 부담감은 있었을 것라 생각됐다. 작품에서 그는 '벗고칩시다' 장면에 줄곧 등장한다. 극중에서 원피스를 벗어던진 뒤 속옷만 입고 화투패를 잡는다. 엉덩이 노출 뿐 아니라 꽤 많은 시간동안 속살을 보여준다.
신세경은 "처음에 탈의할 때는 부담감이 있었다. 하지만 신 자체가 각자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의미있는 신이다 보니까 노출에 대한 고민이나 난감함은 금방 사라졌다. 다들 프로들이니까"라고 미소를 지었다.
꼿꼿한 허미나를 연기해서였을까, 말 한마디에 자신감이 엿보였다. 자신의 연기에 후회와 걱정이 없어보였다. 연기 뿐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느낌이었다.
사실 신세경 하면 <하이킥>의 도우미가 먼저 떠오른다. 3년이 지났음에도, 수 많은 작품에 등장했음에도 신세경 하면 <하이킥>이다.
"그 작품에 대한 각인이 오래 남긴 하는 거 같아요. 장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극복해야되는 과제 같기도 하고요."
<타짜-신의 손>에서 맹활약한 신세경. 이번 작품이 그에게 새로운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훌륭하다. 신세경이 자신감을 가질만큼 그렇다.
신세경은 KBS2 새 드라마 <아이언맨>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시 주특기인 청순가련형의 여성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신세경이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이제는 우려보다 기대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