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인터뷰)'타짜2' 강형철 감독 "'노출' 장사하고 싶지 않았다"
입력 : 2014-09-04 오후 2:34:41
◇강형철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감독이 강형철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인 <과속스캔들>과 <써니>는 <타짜2>와 성향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미혼모와 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강 감독이 3번째 '자기새끼'로 정한 작품은 <타짜2>다. 마초성향이 굉장히 강한 <타짜2>를 연출한다는 점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달 있었던 언론시사회 현장을 향한 발걸음 역시 설렘으로 가득찼다. 개인적으로 <타짜>라는 영화를 좋아했을 뿐더러, 이 영화가 뛰어난 연출감각을 선보인 강형철 감독의 손으로 재탄생한다는 게 기대됐다.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신나고 재밌었다.
 
복싱선수가 샌드백을 두드리듯 사건이 줄기차게 연달아 이어지면서 스토리가 완성되는 이 영화는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늘 폼을 잡고 있었던 최승현을 어리숙하게 변신시킨 점도, 청순했던 신세경을 도발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탈바꿈한 것도, 섹시의 대명사인 이하늬를 다소 천박하게 만든 것도 신선했다.
 
만화적 판타지를 살린 연출력 역시 눈을 사로잡는 요소였다. 충무로 신예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강형철 감독을 지난 3일 만났다. 뛰어난 패션감각에 동안의 외모,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강형철 감독은 <타짜-신의 손>으로 인해 <타짜>가 시리즈 영화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형철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강형철 감독과 <타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타짜2>를 계획하게 됐는지가 궁금하다.
 
▲영화 감독으로 입문하기 전 <타짜>를 봤는데 정말 재밌는 영화였다. 나도 감독이 되면 저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회가 주어졌다. 특별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원작도 정말 재밌게 봤다. 원작 태생이 시리즈인데, 영화도 그렇게 명품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타짜-신의 손>은 영화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커다란 프로젝트의 몸통으로서의 가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 원작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걸렸나.
 
▲총 1년 썼다. 횟수로는 2년인데 1년 정도 쓴 거다. 정말 힘들었다. 최동훈 감독과 친하다. 그래서 한 번은 '얼마나 걸렸냐'고 물었더니 1년 걸렸다고 하더라. 저렇게 글 잘쓰는 사람이 뭐 1년이나 걸리나라고 생각했는데 1년 걸리더라.
 
1년이면 정말 긴 시간이다. 하나만 잡고 1년만 쓰는 건 고역이었다.
 
- 조승우가 이 영화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비슷한 수준의 인물이 캐스팅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충무로에서는 신예로 꼽히는 최승현을 캐스팅했다. 최승현에게 들어보니 "공들인 이 시나리오 가지세요"라고 했다는데 왜 그런 건가.
 
▲영화를 보면 나오잖아요. 하하. 그를 잘 몰랐을 때는 눈빛이나 외모가 유니크하다고 생각했다. 가수만 하기에는 아쉬운 얼굴이다. 전작을 봤을 때 연기도 꽤 잘한다고 생각했다. 대길이 가져야할 낭만과 더불어 약간 '빙구' 같은 어리숙함도 필요했다. 집도 근처고 술 친구가 돼서 자주 봤는데, 대길의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감이 왔다.
 
또 대길은 장동식 역의 곽도원이나 아귀 역의 김윤석하고 붙어서 밀리지 않는 허세가 필요한데 딱이었다.
 
- 이번 작품이 강형철의 능력을 또 한 번 보여주는 계기라고 생각하는게 여배우들의 활용법이다. 신세경과 이하늬를 완전히 반대되는 이미지로 만들었다. 그것도 꽤 잘 만들었다.
 
▲먼저 이하늬의 경우는 안면이 있었다. 간간히 지나가면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성격이 드러났다. 외모나 이미지와는 다르게 엄청 수더분한 친구다.
 
한 번은 분장을 심하게 하고 땀을 많이 흘린 촬영이 끝난 날이었다. 낡고 허름한 건물이었는데, 수도꼭지에서 쭈그려 앉아 머리를 감고 있더라. 시골 아낙네 같은 인상이었다. 저게 이하늬구나. 힘든 촬영이었는데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세경은 허미나에 대한 애정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정말 가득했던 배우였다. 매번 내게 찾아와 '감독님 허미나 같은 여자가 정말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세경이처럼 그 나이 때에 고급스럽게 대사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전작을 보면 대부분 우울하게 나오는데, 절대 우울한 사람이 아니다. 밝고 재밌는 사람이다. 허미나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강형철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신세경과 인터뷰를 했을 때 강 감독을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배우들에게 감독이 어땠냐는 질문은 형식적인 질문인데, 모든 좋은 표현을 다 갖다 붙이더라. 정말 애정이 가득해 보였다. 배우들에게 사랑받는 방법 비결이 뭔가.
 
▲친구가 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사실 감독은 외로운 직업이라고 하는데 난 외로울 틈이 없었던게 현장에서 친구끼리 같이 작업하는 기분이었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여행하는 느낌이랄까.
 
그건 아마도 배우들이 정말 선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고수희가 그러더라 충무로의 착한 사람들만 모아놨다고. 그럼 나는 '우린 연기 안 보잖아'라는 농담을 친다.
 
김윤석도 정말 좋은 선배였다. 의견을 내주는데 대부분이 좋은 의견이었다. 고마웠다. 내가 놓치거나 할 때 잘 도와줬다. 나도 무섭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었는데, 얘기와 다르게 즐겁게 농담을 하면서 현장을 풀어줬다.
 
또 하나의 내 장점이 있다. 무엇이 OK인지 배우들이 주로 궁금해하는데 그걸 잘 설명하는 편이다. 그리고 OK를 배우와 같이 합의해서 넘어간다. 그게 배우들에게 좋게 보이는 것 같다.
 
- 영화가 전반적으로 센 느낌이다. 유머로 조이고 풀고를 잘했지만, 곽도원이 연기한 장동식도 굉장히 강한 느낌이다. 잔인한 장면도 있고. 그런 반면에 노출 신은 전반적으로 약하다. 신세경의 엉덩이 노출 신 정도 밖에 없다. 어차피 19금 등급을 받을 영화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왜 더 세게 나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들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는 베드신이나 이런 장면을 에로틱하게 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할 줄도 모른다.
 
배우를 벗겨서 장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또 영화적으로 봤을 때 더 야했으면 캐릭터의 색깔이 더 희석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는 19금 영화라기 보다는 17금 영화라고 생각한다.(웃음)
 
- 1편을 열심히 본 관객들에게는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차이가 크다. 굉장히 많은 부분이 다르다. 1편이 원작의 대부분을 리메이크 했다면, 2편은 따라간다. 1편이 영화의 시간 구성을 왔다갔다 하는 방식이었다면, 2편은 시간순으로 이어진다. 1편은 현실감, 2편은 만화적 판타지의 느낌이 강하다. 1편과 달라야겠다는 감독의 강박이 보인다. 맞나?
 
▲사실 1편과 달라야 한다는 의도는 없었다. 원작을 대부분 따라간 이유는 원작의 스토리가 충분히 좋았기 때문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많이 섞은 것은 대길이 서울에 와서 성공하는 모습을 짧게 담아야했기 때문이다.
 
시간 구성을 그렇게 한 이유 역시 대길의 성장담을 그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최 감독처럼 시간 구성을 왔다갔다 하질 못한다. 그저 내 방식대로 한 거다.
 
◇강형철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원작에는 고광렬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광렬을 1편의 평경장의 역할로 등장시켰다. 의미가 있는 인물이라 생각된다.
 
▲전형성을 띤 무협지를 보면 고수의 재능이 있는 주인공이 성공을 하다가 나락으로 빠지고, 인생 고수를 만나 업그레이드를 한다. 그 방식을 따라가고 싶었는데, 고광렬이 딱 보였다.
 
최 감독님이 다행히도 고광렬을 죽이지 않았다. 그래서 스토리적으로 필요했다.
 
- 아귀의 제자로 여진구가 등장한다. 3편을 찍겠다는 복선으로 느꼈다.
 
▲3편은 절대 내가 찍지 않을 것이다. 여진구도 복선이 아니다. 번외편으로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어두고 싶었을 뿐이다.
 
- 3편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감독이 만들었으면 하나.
 
▲좋은 감독들이 원체 많아서, 누구 한 명은 못 꼬집겠다. 얼마나 부담감을 느끼겠나.
 
- <과속스캔들>이 800만, <써니>가 700만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흥행했으면 좋겠나.
 
▲600만이 되면 100만씩 줄어드는 감독이 되는 거라서 600만은 넘었으면 좋겠다. 농담이다. 흥행은 관객 몫이다. 나는 모르겠다. 관객들이 보고 즐거워 하면 좋겠다는 심정 뿐이다.
 
- 차기작 준비 해놓은 게 있나.
 
▲몇 가지 구상중인데 아직 말하기에는 이르다. 확실한 건 타짜는 안 할 것 같다. 원작이 없는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함상범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