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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개막작 '군중낙원', 亞 아픔을 관통하다
입력 : 2014-10-02 오후 8:22:52
◇<군중낙원> 포스터 (사진제공=부산국제영화제)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1900년대 아시아는 그야말로 전쟁통이었다. 한·중·일, 동나아시아 전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으로 인해 파생된 상처는 100년을 넘어감에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19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군중낙원>은 6~70년대 대만에서 군 생활을 한 아버지 세대의 추억을 반추하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곪은 상처인 위안부를 배경으로 일그러진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는 영화다.
 
1969년 중국 본토와 대치 중인 대만의 금문도에서 신병으로 전입된 파오(롼징티엔)는 수영과 잠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다른 부대로 옮겨진다. 그가 가게 된 곳은 831, 혹은 '군중낙원'이라 불리는 군영 내 공창이다. 관청의 허가를 받고 매흠 행위를 여자를 뜻하는 공창과 이 지역을 소재로 삼았다.
 
군인들의 육체적 쾌감을 위해 만들어진 합법적인 성매매 장소이자 여성에 대한 도덕적 관념이 부서진 공간. 영화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역사의 지점을 아름답고 낭만적인, 때로는 따뜻하게 파오의 성장기로 그려낸다.
 
파오는 이곳에서 다양한 상처를 경험한다. 매춘부를 사랑한 특무상사의 파국, 친구는 매춘부와 탈영을 시도하고 생사조차 알지 못하며 자신은 남편을 죽인 매춘부 니니(완치안 분)와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편견을 이겨내지 못한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이 조금 더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파오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 대만의 흑역사를 정면으로 받아들인 도제 니우 감독은 재치 있는 유머로 어두운 소재를 밝게 걷어낸다. 영화 전반의 톤이 밝고 경쾌해 쓰라린 상처로 전달되지 않는다.
 
비록 소재는 공창이라는 자극적인 내용이지만, 소재만 그렇다. 허벅지나 등 정도만 노출되고 시각적인 요소를 자제하고 신음소리로 청각만 자극한다. 그리 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가 밝고 경쾌한 톤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제 니우 감독의 결정에서 비롯된다.
 
자극적인 영화로 비춰지는 것이 아닌 파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당시 대만의 자화상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톡톡히 묻어난다. 이 이야기가 단순히 대만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 전역을 관통하는 아픔으로 여겨진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이 현실과 무관하지 않고, 우리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의 화해와 치유, 소통의 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군중낙원>은 영화제를 통해 아시아 소통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주최측의 바람과 딱 떨어지는 개막작이다.
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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