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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인구변화와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각
입력 : 2016-02-15 오전 6:00:00
5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립금은 앞으로 200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기금운용은 경제관료, 대기업, 해외투자자 등 소수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민의당이 1호법안으로 제기한 ‘국민연금을 활용한 청년주택 지원방안’은 국민연금 투자운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번에 제안된 공공주택특별법의 골자는 국민연금의 최소수익은 보장하고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정책금리(저리)로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에 앞서 더민주당, 정의당도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과 해외부동산에 집중된 국민연금 투자대상이 다양해지고 국가의 문제해결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연금 활용에 대한 모색은 10여년 전부터 있었다. 노무현정부 초기에 주거복지나 국내기업 방어에 국민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지만,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의 사용처’라는 글을 통해 정면 반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상당수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용돈 수준’으로 인식하고 그 기금운용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미국경제에 퇴직연금에 기반한 연금사회주의(Pension Fund Socialism)가 도래했다고 지적했지만, 한국에서는 이와 다른 맥락에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국민연금이 실질경제보다 급성장하면서 ‘부의 분배’ 시스템을 왜곡하고 생산적인 산업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그것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저임노동과 주식 등 금융투자에 의한 고소득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 청년세대의 노동의욕은 감퇴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대해진 기금운용은 대기업 중심의 주식시장을 받쳐주는 버팀목이지만 중소영세업체나 투자 여력이 없는 서민들에겐 딴 나라 이야기다. 반면에 평생직장을 보장받은 계층이나 고소득 전문직종사자, 그리고 주식 등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얻는 ‘수혜자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압축되는 인구변화는 국민연금의 미래와 숙명적으로 연관된다. 신생아수가 감소하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이른바 N포세대를 방치한다면 합계출산율 2.1명은 고사하고 거꾸로 1.2명에 갇히게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청년실업 등으로 국민연금 밖에 있는 20대~40대 경제활동 주력인구의 국민연금 편입을 촉진하고 미래의 가입자를 확대 재생산하기 위한 목적사업에는 국민연금이 전략적으로 투자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5대원칙’(독립성, 안정성, 투명성, 책임성, 전문성)에 따라 운용돼야 하지만 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사회적 투자에 대한 진화된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요구를 국가전략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법제화를 책임지고 수행할 정당과 국회의 존재가 절실하다. 19대 국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된 법제화가 일부 진전을 본 것은 책임있게 나선 여야 의원과 보좌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4.13 총선으로 구성될 20대 국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인구변화, 기후변화 등에 대해 새롭게 사고하고 책임있게 행동할 후보자들이 다수 당선되기를 소망한다.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대표 김영호)가 주요 정당에 질의서를 보내 의견을 묻고 토론회를 준비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병규 2.1지속가능연구소 부소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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