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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전력민영화로 '요금인하'와 '소비자 편익증진' 이룰까?
정부의 민영화 방침 표명 이후 해외 사례 재조명
입력 : 2016-08-01 오전 6:00:00
최근 정부가 전기·가스 사업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해외 전력 민영화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신산업 성과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일반 소비자나 기업에 판매하는 기업형 프로슈머가 가능해진다. 기업형 프로슈머는 누진제 부담이 큰 지역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인근 지역에서 태양광 전력을 사용할 소비자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판매사업도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된다. 요금이 낮은 밤에 충전한 전기를 낮에 판매하는 사업을 활성화해 전력수요 피크 절감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민간 참여 확대의 취지는 경쟁 도입을 통한 공기업 효율성 증대, 장기적 소비자 편익 증진 등이다. 이미 전력 민영화가 진행된 해외 사례는 어떨까.
 
영국, 민영화 이후 소비자 만족도 하락
영국은 구조개편과 전력시장 민영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한 대표사례로 꼽힌다. 1990년 발전·송전 분리를 시작으로 1999년에는 소매시장이 완전 개방되었다. 시장 지유화로 모든 소비자가 자유롭게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경쟁을 통한 효율 향상으로 요금인하와 소비자 편익증진이 기대되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전력회사 비교사이트 uSwitch2013년 조사 결과, 전반적인 소비자 만족도가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특히 신뢰도 관련 문항에서 응답자의 50%전력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신뢰하기는 하나 2년전보다 신뢰수준이 저하되었다고 답한 비율도 45%에 달했다. 절대 다수(95%)가 부정적 견해를 표출한 셈이다.
 
부정적 인식 형성에는 전력회사의 요금인상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소매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6개사(E.ON, British Gas, EDF UK, Scottish Power, SSE, npower)는 모두 2012년에서 2013년간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6개사는 모두 6~10% 가량 요금을 인상했으며, 특히 프랑스전력공사(Electricite de France)를 모체로 하는 EDF UK10.8%로 가장 높은 인상폭을 보였다.
 
전력회사의 대규모 이익증가 및 불공정 관행도 소비자 불만에 일조했다. 2009년 이후 6사의 이익은 73%증가했다. 이들은 발전부문에서만 평균 24%의 이익을 기록하였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DF UK는 원전 건설의 대가로 영국정부에 막대한 보조금을 요구하여, 2011년 발전부문 이익률 30%를 기록했다.
 
불공정 관행에 따른 영업으로 제재·조사를 받은 사례도 증가했다. 영국 에너지독립규제기관인 Ofgem20135SSE의 불공정 영업에 대해 사상 최대인 1050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했다. ‘경쟁업체 가격 부풀리기’, ‘저렴한 상품대신 비싼 요금제 권유등이 주된 불공정 영업 행위로 꼽혔다.
 
영국은 전력시장 민영화로 소비자 편익증대를 기대했으나, 큰 폭의 요금인상·전력회사의 이익 상승·불공정한 영업 관행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텍사스, 민영화 이후 공급 안정성 하락 및 전기요금 상승
텍사스는 전력시장 민영화를 시행한 미국의 주() 중 대표 사례다. 2002년 완전소매경쟁 시작 이후 공급자간 경쟁체제가 정착되고, 소비자의 공급자 변경률이 미국 내 상위 수준에 위치(민영화 도입률 70%)한다. 특히 미국의 다른 송전계통과 분리된 고립된 전력망으로 전력의 수입, 수출을 위한 송전선이 연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인접 국가와 전력융통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상황과 비슷하다.
 
민영화의 성과를 평가한 결과, 전력예비율 상승 ▲전기요금 인하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 다른 결과가 발생했다. 먼저, 전력예비율은 발전소에 대한 설비투자 감소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간 기업이 투자이익을 우선함에 따라, 설비투자와 전력공급의 변동성이 심화되었다. 이는 투자가들의 소극적 태도를 확산시켜 발전소 건립지연과 폐쇄를 유발했다.
 
또한 지속적인 인구증가와 2011년의 극심한 기후변화로 전력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목표치(13.45%)이하로 하락하였다. 2002년 평균 20%이었던 예비율은 14년 말 9.8%로 하락하였으며, 인접 주와 고립된 전력망으로 예비율 하락 시 순환정전의 위기에 놓인다.
 
전기 요금도 인상되었는데,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전력가격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주택용 소매가격이 인상되었다. 10년간 요금수준 비교 결과, 민영화 지역에서 더 많은 전기요금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주택용의 경우, 10년간 규제지역보다 경쟁도입지역에서 104억 달러를 추가 지불했다.
 
텍사스는 전력시장의 경쟁체제 정착으로 미국 내에서 민영화의 대표 사례로 인식되고 있으나, 예비율 하락과 전력가격 변동성 증가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원리도입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증대와 전기요금 인하의 효과를 거두지 못한 텍사스의 사례는 민영화만으로 예비율 증대와 요금인하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뉴질랜드, 배전회사 간 과열경쟁으로 에너지 빈곤층 확산
뉴질랜드 전력사업은 민영화 이후 에너지 빈곤층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이상인 가구를 말한다. 에너지 빈곤층의 경우 소득대비 광열비(전기료, 연료, 난방비) 비중이 높아서 의식주에 써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듦에 따라 장기적으로 삶의 질이 하락되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 발전·송전·배전·판매 사업자, 정책입안자, 일반소비자 등 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력산업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2%가 에너지 빈곤층 급증이 사회적 문제이며, 이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에너지 빈곤층 확대의 원인으로는 다수 배전회사의 경쟁과열이 꼽힌다. 뉴질랜드에서는 1987년 본격적인 민영화가 시작된 이후, 전력시장이 발전회사 60, 송전회사 1, 배전회사 28, 판매사업자 21개로 분화되었다. 이중 대형 발전회사로 국영기업 3, 민간기업 2개가 발전사업의 상당부분을 주도하고 있다. 송전부문은 국영기업이 독점하며, 배전회사가 판매사업을 겸업하는 구조다.
이중 28개의 배전회사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소비자 편익이 감소하고 시장 효율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 배전회사 수를 축소하고 발전과 판매 겸업을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 민영화 이면의 블랙 딜
영화 <블랙 딜>은 영국, 일본, 칠레, 아르헨티나, 프랑스, 독일 등의 민영화 이후 상황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다. 이중 특히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인상적이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IMF 시기,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은 국영기업이었던 그 어느 것도 국가의 소유로 남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를 포함해 수도, 철도 등 대부분의 공공재를 민영화하는 정책을 펼쳤다.
 
전력 민영화 이후 예비율이 급감함에 따라, 단전 사태가 반복되고 전기요금이 치솟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단전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불을 지르고 냄비를 두드린다.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안정성을 도모한다며 추진했던 정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민영화의 부작용은 전력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철도 민영화 이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온세 역에서는 51명이 죽고 789명이 다치는 대규모 열차충돌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한 차례 더 충돌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내놓은 정부의 대책은 기상천외하다. 온세 역에 진입하는 모든 열차가 시속 5km이하로 운행하도록 하는 법을 만든 것이다.
 
<블랙 딜>의 이훈규 감독은 이러한 민영화의 이면에 자본과 권력의 은밀한 거래, ‘블랙 딜이 있었음을 보인다. 메넴은 대통령 부임당시 정부 소유 전시장 건물을 민영화한다는 명목으로 시가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가격에 아르헨티나농업협회에 매각했다. 이에 관해 현재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메넴의 민영화 정책을 계획했던 마리아 훌리아 전 자원부장관과 도밍고 카바요 전 경제부장관 역시 횡령 혐의로 기소되었다. 국영기업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검은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민영화의 목표와 실패
각국의 전력시장 민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전력부문에 경쟁요소를 도입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장기적인 편익을 증진하고자하는 공통의 목표를 갖는다. 당연하지만, 민영화의 진행 및 정착은 단기간에 달성 가능한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 그리고 소비자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한 장기 과제다.
 
영국, 텍사스,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등의 사례는 전력 민영화가 어떻게 정책목표에 반하는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시장 내 독과점 체제로 인한 요금인상, 장기투자 미비로 전력예비율 감소 및 전력공급 불안정, 시장 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비효율 등은 전력 민영화의 목표를 퇴색하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다. 민영화 도입 국가들의 실패 경험은, 이후 진행될 우리나라 민영화 논의에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정부가 '전력판매시장 민간개방'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전력노조는 최근 '전력산업 민영화 저지 투쟁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사진/뉴시스
조응형 KSRN기자
편집 KSRN기획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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