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의 얼음 표면적이 38년 만에 가장 작은 크기로 줄었다. 지난 1월 북극해 얼음 표면적은 1년 전(1364만㎢)에 비해 26만㎢ 줄어든 1338만㎢로 측정되었다. 1년 만에 한반도 면적(22만847km²)을 훌쩍 넘는 넓이의 얼음이 사라졌다. 얼음의 두께도 점차 얇아지고 있다. 불과 수십 년 사이에 40%가량 얇아졌다.
지난해 8월 미국 알래스카 주 시슈머레프 마을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땅과 얼음이 녹으며 마을이 무너져 주민들의 이주가 투표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시슈머레프는 북극권에서 50여㎞ 떨어진 마을로 56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지만 이주외의 별다른 대안을 찾긴 어렵다. 현재 속도대로 해수면이 높아진다면 20년 안에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길 전망이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1월 지구 평균 기온이 2016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에 따르면 지구 최고 온도 기록은 2005년, 2010년, 그리고 2014~2016년 등 2000년대 들어 모두 다섯 차례 깨졌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역시 자체 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2015년보다 화씨 0.22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이다.
북극의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평균과 비교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작년 11월 중순 북극의 대기 온도는 섭씨 1.67도를 상회했다. 최고 5.9도까지 올랐다. 이는 평년보다 20도 이상 높은 수준이어서 관측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과학자들은 100년 동안 지표 온도가 섭씨 0.6도 오르는 사이 북극에서는 4~5도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극의 빙하 녹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북극의 이상고온 현상은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위도의 인구 밀집 지역인 동아시아와 북미, 유럽지역 등에 한파, 폭설, 폭염 등의 극단적인 재난 현상을 야기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년만의 폭염’, ‘사상 최고 한파’ 등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해빙이 녹으면 바다가 멈춘다
북극은 전 세계의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해양학자 월러스 브레커의 ‘컨베이어 벨트 순환’을 통해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지구의 해류를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로 생각한다면 극지방은 이를 순환하게 하는 모터 역할을 한다. 순환을 일으키는 원동력은 고위도와 저위도간 해수의 온도차와 염분의 차이다. 열대 지역에서 바람과 해류를 이용해 열을 북해로 보낸다. 일반적으로 난류는 북극의 찬 기운에 의해 차가워지면서 그린란드 해역에서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과정에서 순환이 발생한다.
문제는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해 주변의 염분이 감소해 밀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낮아진 밀도의 바닷물이 그린란드 주변 해역으로 유입되면 아프리카 남단에서 올라온 바닷물이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장시간 표층에서 분리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밀도 차에 의한 해수의 흐름이 더뎌지게 되고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가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반구를 시작으로 지구 전체의 기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해빙(海氷)이 어는 과정 자체로도 해수를 움직인다. 해빙은 해수가 얼어 만들어진다. 해빙이 생성될 때 바닷물 중 다른 이온은 빠져나가고 주로 순수한 물만 얼게 된다. 그 결과 주변 해수의 염분이 증가한다. 해빙이 생기는 겨울에는 밀도가 높아진 표층 해수가 심층으로 가라앉으면서 전 해양을 도는 순환이 발생한다. 날이 따뜻해져 해빙이 생기지 않을 경우 이러한 순환과정이 약화된다.
역설적으로 해빙은 바다의 담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북극의 해빙은 바다의 열에너지를 대기에 빼앗기지 않게 막아준다. 해빙이 줄어들면 대기와 해양이 직접적으로 접촉한다. 이에 따라 열교환이 활발해진다. 해양에 축적된 열이 대기를 덥히는 데 사용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것이다.
이상기온에 대한 지구의 강력한 피드백
과학자들은 향후 30년 이내에 북극의 여름철에 해빙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극은 지구에서 기후 피드백이 가장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북극해의 해빙이 녹아내리면서 지구 시스템의 가장 강력한 피드백 체계 중 하나인 얼음 반사 피드백이 발생되고 이것이 북극이 해빙(解氷)하는 것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하얗던 얼음이 녹으면 바다는 검푸른 색을 드러내게 된다. 해빙이 있을 때보다 햇빛이 바다에 더 많이 흡수된다. 빙하의 태양 에너지 반사율, 즉 알베도(albedo)가 낮아지는 것이다. 흡수된 열은 바닷물을 데우고 다시 더 많은 해빙을 녹인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바다의 면적이 커지면서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는 또 기온 상승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의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약 33%가 우주로 되돌아간다. 물은 태양열의 6%를 반사한다. 얼음은 일반적으로 태양열의 50~70%를 반사한다. 한 번 녹기 시작한 해빙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된다.
적색 눈조류(snow algae)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유도 알베도 효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적색 눈조류는 일반적인 녹색 조류와 달리 여름으로 가면서 분홍색 또는 붉은색을 띤다. 분홍빛의 눈 조류가 눈 표면을 덮고 있는 경우 빛 에너지의 흡수량이 높아져 알베도가 낮아진다. 흡수된 열은 얼음과 눈을 빠르게 녹이면서 눈 조류의 번식을 돕는다.
얼음 반사 피드백 이외에도 북극에서는 다양한 온난화 증폭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 온난화로 생물 활동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생물들의 햇빛 흡수량이 증가하여 온도가 상승한다. 영구동토층(기온이 연중 영하의 기온을 유지하는 토층)이 해빙하면서 발생하는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기체가 방출되기도 한다.
북극 먹이사슬 교란…생태계가 변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케빈 애리고 해양생물학자 연구팀에 따르면 북극해의 2015년 연간 해조류 생산량은 1997년에 비해 47% 상승했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조류(藻類) 출현 시기도 앞당겨졌다.
해조류는 북극해 먹이사슬의 첫 단계이다. 새우, 새, 물개, 고래, 북극곰 등 상위포식자에게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에 영향을 미친다. 해조류 생산량의 변화는 동물들의 먹이 사슬에 변화를 준다. 북극 생태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로 북극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목초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연사박물관 산하 생물다양성보호센터 연구팀에 따르면 2050년에는 북극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는 지역이 지금보다 52% 많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툰드라 식물이 사라지고 관목이 자라나 수목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면 지구적 탄소 순환도 영향을 받는다. 알래스카와 러시아 툰드라 지역 등 영구동토층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 상당수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던 북극이 오히려 탄소 발생의 진원지로 역할하게 되는 것이다. 수목이 우거진 종들이 늘어나 군락의 변화에 따라 탄소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이상기온은 당연하게도 동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북극권 기온이 상승하면서 눈이 비로 바뀌자 겨울철의 목초지가 얼음으로 뒤덮여 순록들이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순록이 영양실조에 걸려 발견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평균 체중도 줄었다. 지난 12월 영국생태사회(BES) 회의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르웨이 북극 지방에 사는 성체 순록의 몸무게가 16년만에 12%(7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자연보호연합은 작년에 발표한 “레드 리스트(Red List)'에서 순록을 처음으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했다. 순록은 21~27년 사이에 개체수가 무려 40%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50년, 북극곰이 멸종될 지도 모른다
북극의 해빙은 이미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이기에 녹더라도 부피의 증가로 인해 해수면을 상승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녹아내린 해빙은 북극곰의 생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굶주린 북극곰들이 동족을 사냥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캐나다 처칠에선 북극으로 가지 못한 북극곰들이 사람들의 쓰레기장을 뒤지기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북극곰의 ‘원래’ 주식은 고리무늬물범이다.
북극곰은 먹이 사냥과 짝짓기, 새끼 낳기 등에 모두 바다를 떠다니는 유빙을 이용한다. 북극곰은 얼음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부빙(浮氷)에 구멍을 뚫고 숨 쉬러 올라오는 바다표범을 잡아먹을 수도 없고, 빙산과 빙산 사이를 헤엄쳐 다닐 수도 없다.
믿기 어렵겠지만 북극곰이 익사하기도 한다. 북극곰은 20여㎞까지 쉽게 헤엄치고, 일부는 최고 160㎞까지도 수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거리가 100㎞이상으로 늘어나면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인해 높은 파도를 이겨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얼음면적이 줄어 부빙간의 거리가 늘어날수록 먹이구하기는 물론 기본적인 이동도 어려워진다.
북극곰은 겨울 사냥을 위해 지방을 축적해야 하지만 봄과 여름이 길어짐에 따라 겨울 전의 활동량이 늘어났다. 지방을 더 많이 소비하게 돼 겨울 사냥에도 충분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한다. 사냥할 장소도 부족하고, 어렵게 이동하더라도 쓸 힘이 없는 것이다. 북극곰 인터내셔널은 현재의 온난화 속도대로라면 2050년께 허드슨만의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난화를 기회삼아 유통, 관광 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극의 해빙과 빙하가 녹으면 어업 생산성이 높아지고 석유나 가스 개발이 쉬워진다. 관광업의 활성화도 눈에 띈다. 북극해와 접한 도시들은 온난화로 북극 항로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점점 길어져 활기를 찾고 있다. 러시아의 무르만스크는 물류 운송량이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이전에는 없던 이윤이 창출됨에 따라 지구 온난화를 하나의 기회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그렇지만도 않다. 머지않아 북극지역에 사는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생태계가 급격하게 파괴되고 있고 자연재해의 위험도 높아졌다. 북극 면적의 감소로 인해 발생할 나비효과는 일반적 예측의 범위를 뛰어넘는다. 북극곰의 서식지가 녹아 없어지고, 얼었던 항로가 열렸을 때 마냥 기뻐할 수 있을까.
1979년(북극해 면적을 위성으로 촬영하기 시작한 해)과 2011년의 9월의 북극해의 면적 비교. 사진/ NASA
송은하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