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내놓고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과 자동화(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들이 생산 과정에 융합하게 된다. 완전한 자동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함에 따라 생산성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은 그 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웨어러블 기기와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가전, 개인용 로봇 등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들이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전례 없이 풍요로운 삶이 기대된다.
하지만 노동자나 자영업자에게 4차 산업혁명은 생존의 터전을 송두리째 흔드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스마트 공장의 현실을 보자. 작업의 대부분이 컴퓨터와 자동화 기계에 의해 수행될 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아디다스의 독일 안스바흐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불과 10명의 직원이 자동화 로봇을 통해 연간 50만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한다. 예전에는 600명이 작업하던 분량이다.
로봇 기자가 쓰는 신문기사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며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와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미국 내 모든 직업의 47%가 자동화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텔레마케터, 세무대리인, 보험조정인, 비서, 식당 종업원,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자동화에 따른 고위협 직업군으로 꼽혔다.
특히 청년 실업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9.8%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을 34.2%로 추정하기도 했다. 취업 시장에 진출하지 못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청년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제 두 주가 지나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좀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직면할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 또한 큰 도전과제다. 장미빛 전망만 제시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대량 실업’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통적 고용관계가 유효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혹은 프리랜서가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정치권은 새로운 고용관계에서 노동자가 권리의 사각지대로 밀려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산업혁명이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있었다. 새로운 산업사회가 도래하기까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손정협 프라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