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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개는 CSR의 첫걸음
GRI의 지속가능보고 기준 가이드라인(G4)에서 표준으로…내년 7월부터 적용
입력 : 2017-06-05 오전 8:01:00
2017년은 유럽연합(EU) 내 종업원 500명 이상 기업들이 비재무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첫해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거나 강제하는 다양한 관행과 제도가 그동안 지구촌에 도입되었지만, 하나의 거대 경제권에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비재무 활동 공개, 즉 사회보고를 의무화한 것은 EU의 사례가 처음이다. 사회보고와 관련하여 지난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7 대한민국 CSR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콘퍼런스에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팀 모힌(Tim Mohin) 회장은 지난해 10월 공표된 GRI 표준(Standard)을 소개하며 “기업의 정보 공개는 신뢰의 지표이며 자신감의 증거”라고 말했다. GRI는 지속가능 보고서 기준을 제시하는 국제기구다. 모힌 회장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무조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지만 정보 개방은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그 기업이 후에 어떻게 인식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높이는 사회 보고
국제 사회는 이미 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올해 EU가 본격적으로 강제성을 부여하면서 국내에서도 더욱 수준 높은 CSR 논의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도 사회공헌이나 마케팅 위주의 CSR을 넘어선 노동, 기후변화, 인권, 부정부패 등의 주제를 아우르는 본래 의미의 CSR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출 주도 경제 체제인 우리나라에 CSR은 기업 및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한국 경제가 재벌 중심의 체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구조적으로 CSR을 온전히 수용하기는 어렵더라도, 한국 경제 주체들이 CSR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 보고서와 같은 기업의 사회보고는 CSR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기업과 관련된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그 기업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지표임은 물론이며 기업이 CSR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조직 자신이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보고함으로써 조직이 처하는 위기와 기회를 더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이윤창출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적다. 지역사회, NGO, 정부 등과 진정성 있게 소통하는 창구인 만큼 보고서 발간 과정도 큰 의미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 보고서의 표준(Standard)을 공표한 GRI
GRI는 1997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되었다. UNEP(유엔환경계획)의 도움을 받았으며 세리즈(CERES)와 텔루스 연구소(Tellus Institute)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기업들이 세리즈의 환경 책임 원칙에 입각해 사회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책임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환경을 넘어선” 경제성, 사회성, 경영구조의 영역까지 포함한 지속가능보고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보고서 가이드라인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2000년에 지속가능보고서의 첫 글로벌 체제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 다음해인 2001년, GRI는 독립적인 비영리단체가 된 후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WSSD(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에서 두 번째 가이드라인인 G2를 공개했다. 2003년에는 OS(Organizational Stakeholders)프로그램을 공개해 선정 기관들이 GRI와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GRI의 지속가능 보고서 도움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2006년 GRI는 세 번째 버전인 G3를 제시했다.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관련 글로벌 콘퍼런스(Global Conference on Sustainability and Transparency)에서 그 시작을 알리며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30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G3 개발에 참여하면서 조직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조직의 성과를 평가하는 이해관계자 접근법(Stakeholder Approach)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널리 쓰이는 가이드라인 G4는 2013년 5월에 제시되었다. 웹 기반 G4 Online을 통해 G4의 다이나믹한 형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2016년 10월 19일에 가장 최근 버전인 GRI 표준(Standard)을 공표하여 더욱 강제성이 짙어진 기준을 제시했다. GRI를 적용하여 사회보고를 시행하려는 2018년 7월 1일부터는 기존의 가이드라인 G4가 아닌 GRI 표준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현재 본사는 암스테르담에 있으며 북미, 아프리카, 중국, 라틴 아메리카, 동남아시아에 지역 허브를 두고 있다. 한국에는 독립된 지부가 없으며 2007년 7월 한국표준협회와 MOU를 체결하여 GRI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 GRI에서 인증 받은 공식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보고서 작성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 2003년 현대자동차, 포스코, 삼성 SDI를 시작으로 지속가능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 및 공공기관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은 총 108개의 보고서가 발간되었으며 보고서의 99%는(한 개 제외) GRI 가이드라인을 활용했다. 현재 보고서 수준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충족시킬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평가가 있지만, 발간 기업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GRI는 사회보고 혹은 CSR보고의 가이드라인으로 트리플 보텀 라인(TBL) 보고 시스템을 사용한다. GRI는 ‘지속가능 보고서’를 ‘TBL 보고서’, ‘비(非)재무 보고서’, ‘CSR 보고서’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보통 ‘보텀 라인’은 회계 상 손익계산서의 마지막 줄인 세후순이익을 지칭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영국 SustainAbility의 회장 존 엘킹턴(John Elkington)이 제시한 TBL은 재무적 성과, 환경적 성과, 사회적 성과, 즉 세 가지 ‘보텀 라인’을 통합한 기업보고 메커니즘을 뜻한다. 기존의 이윤, 투자 수익률, 주주가치론에 기반을 둔 계산을 넘어서 사회와 환경적인 면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투자 결과 분석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구체화한다. 따라서 TBL의 요소를 포괄적으로 살피는 기업은 총 비용을 계산해 경제적 성과를 효과적으로 알 수 있다. 현재 많은 기업과 비영리단체, 정부기관이 TBL 성과 측정을 이용하고 있다.
 
GRI 표준, 가이드라인과 무엇이 달라졌나
한국표준협회 조직역량혁신센터 성진영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GRI 표준의 가장 큰 차별점은 모듈 구조의 도입이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의 첫 국제 표준인 GRI 표준은 각 콘텐츠를 모듈 구조로 만들어 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기업도 더 자주 혁신을 거듭하기에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GRI 표준을 통해 기업은 보고서 전체를 바꾸지 않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거나 기존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
 
GRI 표준은 공통 표준과 특정주제 표준을 포함한 총 36개의 표준으로 구성되어있다. 공통표준(Universal Standards)에는 기초(Foundation), 일반 공시(General disclosures), 경영 접근(Management approach)이 포함된다. GRI 101 Foundation은 다른 표준의 시작점이자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GRI 102는 조직의 상황별 정보를 보고하는 데 쓰이며 GRI 103은 각 표준 주제의 경영 접근법을 보고하는 데 사용된다. 특정 주제 표준은 경제 주제 6개, 환경 주제 8개, 사회 주제 19개로, 총 33개의 표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GRI 101에 명시되어있는 Reporting Principles을 참고해 조직에 해당하는 경제, 환경, 사회 주제를 각자 선택해서 보고하면 된다.
 
또한 GRI 표준에 GRI 표준 용어사전(GRI Standards Glossary)을 첨부하여 용어의 정확성을 높였다. 차별(Discrimination)과 같은 사회 주제 용어의 정의뿐만 아니라 공급자의 예와 종류, 환경 주제 용어의 설명을 통해 그 구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성진영 연구원은 “영향(impact)을 조직이 주고받는 양방향이 아닌 ‘조직이 미치는 영향’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 직원(employee)과 근로자(worker) 용어를 구분했다는 점에서 GRI가 명확성을 강조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또한, 중복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지표를 통합, 삭제, 재배치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존의 가이드라인이 ‘may'와 같은 조언에 가까웠다면 표준은 'shall'과 'should'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전히 보고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의무성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서 표준은 사회책임 보고서의 큰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 연구원은 “GRI 표준은 모듈 구조가 추가되고 용어가 재정의되었지만 기존 내용은 대부분 유지하고 있어서 GRI G4를 성실하게 활용하고 있다면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개정된 개념과 경영 접근 방식을 고려하여 보고서를 기획하고, 통폐합 및 재배치된 지표들을 참고하여 보고서를 수집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앞줄 왼쪽 네번째)이 지난달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CSR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번째부터 김명자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장, 우 차관,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서지윤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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