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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천천히 가도 좋다, 새판짜기 자세로 해주길
입력 : 2017-05-15 오전 8:00:00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벌써 ‘새 대통령에 바란다’는 희망사항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각계 입장에서 보자면 하나같이 다 소중한 사안이다. 일자리로 대표되는 경제를 비롯하여 ‘북핵’을 포함한 외교안보 등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을 따지자면 그동안 쌓인 게 얼마나 많겠는가.
 
필자도 여기에 보태 최근 들어서 온 국민들의 관심사가 된 환경정책에 대해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지난 9년 이명박·박근혜정권의 환경정책은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녹색성장이란 ‘이름표’는 보기 좋았으나 내용을 보면 ‘배가 산으로 간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새 정부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도 기후변화,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깊은 내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기후변화라든가 미세먼지 등에 대한 공약이 큰 비중을 갖지 못하고 심도 깊게 다뤄지지 않았던 것이 반증이다. 세계질서 속에서 보자면 정말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현실에선 워낙 ‘발등의 불’이 많아 뒷전으로 밀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대선 후반으로 가면서 미세먼지가 극심해지자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때부터 주요 공약으로 부각되었다.
 
문 대통령의 공약집을 살펴보니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부문에 ▲‘탈원전 정책’으로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 중단 및 이후 모든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친환경 저탄소 미래에너지 발굴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공약 안에도 구체적 실행 방안 등 빠진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면 ‘미세먼지 30% 감축’ 경우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줄일 것인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석탄화력발전소 단계적 폐지와 더불어 노후 경유차 단계적 폐차 등으로 이어져야 할 것인데 이를 추진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도 필요하다. 기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그동안 여기서 충당해 온 전기 발전량은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등 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지 등도 검토가 구체적으로 이어져야 할 부분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정부 구조로는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관리하는 부처가 환경을 생각하기보다 비용을 더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친환경적인 답’을 구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실제로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를 관리하는 부처에서는 대체에너지의 비용이 너무 비싸 국민 부담이 커서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그 비용이 과연 더 싼지 엄밀하게 따져 본 적 있는가? 미세먼지로 인해 몇십만, 몇백만명이 건강권을 잃고 심지어 목숨을 잃게 되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임종한·김순태 교수팀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수도권에서만 30세 이상 성인 중 PM2.5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수가 1만5000여명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별개의 문제로 치부해왔다.
 
요즘은 태양광발전 단가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산업자원부 등에서는 비용 문제를 들어 석탄화력발전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사고체계를 가지고는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미세먼지 배출량 30% 줄이기는 요원하다고 본다.
 
게다가 탄소배출, 미세먼지, 원전 등 기후변화 요인들을 담당하는 부처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에 갈라져 있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의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할 일은 환경정책 업무가 부처별 분산되어 있는 것을 ‘기후변화에너지부’ 등 하나의 부처로 통폐합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환경 분야는 그동안 워낙 엉망으로 망쳐놓았기 때문에 곧바로 해결하려 들면 또 부작용이 날 수 있다. ‘대개혁’을 전제로 멀리 보고 새판짜기를 기대한다.
 
이동형 (사)푸른아시아 홍보국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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