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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사막화한 지구에서 전기자동차 타는 미래 막아야”
(대담)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민정희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ICE) 사무총장
입력 : 2017-08-28 오전 8:01:00
한국의 연간 폭염 일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980년대 8.2일에 불과했던 연간 폭염 일수는 2010년대엔 13.5일로, 지난해엔 16.7일로 증가했다. 올해 7월의 전국 평균 폭염 일수 또한 6.4일을 기록해 3.9일인 평년 폭염 일수를 크게 웃돌았다. 한반도를 덮친 폭염의 원인으로 몽골 사막화로 인한 ‘열적 고기압’과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열적 고기압 현상은 2003년 3만50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럽지역 폭염의 원인이기도 했다.
 
한반도의 폭염에 대해 국제 NGO (사)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과 아시아 기후변화 대응 플랫폼인 국제시민종교네트워크(ICE : Inter-religious Climate and Ecology Network) 민정희 사무총장이 대담을 나누었다. 대담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푸른아시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오기출 (사)푸른아시아 사무총장(오른쪽)과 민정희 ICE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KSRN
 
민정희(이하 민): 최근 심각해진 한반도 더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가 지목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오기출(이하 오): 과거 한반도의 여름은 북태평양고기압으로 인해 고온다습한 성격을 보였지만 최근엔 가뭄과 폭염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몽골과 중북부 유라시아 지역의 사막화와 관련 있다. 통상적으로 5월의 몽골 기온은 영상 15℃를 넘지 않지만 올해는 35℃까지 상승했다. 이는 사막화로 인한 ‘열적 고기압(Heat Dome)’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열이 돔 형태로 부풀어 오르는 ‘열적 고기압’이 발생하는데, 이 열이 북서풍을 타고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도달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 태평양 고기압 장벽이 한반도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현재의 폭염이 발생했다. 이는 아시아에서 발생한 적 없는 유럽형 폭염이다.
 
민: 향후에도 열적 고기압으로 인한 국내 폭염이 계속 되리라고 보나?
 
오: 그렇다. 폭염의 주원인인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고비사막의 면적은 기후변화로 인해 78%까지 확대됐다. 사막화의 속도가 빠른 편이며, 이 현상이 지속되는 한 몽골에선 계속 열적 고기압이 발생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민: 올해 의료분야의 국제적인 학술지 ‘랜싯(Lancet)'에서 1981~2010년 유럽에서 발생한 기후재난 사례를 비교분석해, 폭염으로 인해 2071~2100년 유럽에서 매년 15만 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얼마 전엔 폭염으로 인한 농업생산성 감소에 따라 인도의 농민 약 6만 명이 매년 자살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처럼 폭염은 건강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계와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밖에도 폭염이 어떤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오: 건강과 농업 생산성 문제 이외에는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산불이 문제된다. 올해 7월 20일 전후로 울란바토르 인근 24개 지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산불이 동시 발생했다. 산업혁명이 일어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는 0.89도 상승했는데, 몽골은 최근 60년 간 평균 기온이 2.45도 상승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후변화가 한참이나 진행됐음을 의미하며, 2도 이상의 기온 상승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세계적인 식량문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UN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약 70억명인 세계 인구는 2050년대에 약 97억명으로 증가하며, 이 시기엔 식량 수요가 현재보다 10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14년 세계은행은 “현재 인류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년 또는 30년 안에 2도가 상승하게 되며, 이로 인해 지구촌의 식량 생산은 30% 감소할 것”이라는 공식 발표를 냈다.
 
민: 단순히 폭염 하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막화, 또 사막화로 인한 폭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통제할 수 없는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또 현재 국내 식량 자급률은 23%라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식량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기후변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지난해 파리협약 발효 후 한국은 오히려 석탄 화력발전소를 증설해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문제점과 과제로 무엇이 있을까.
 
오: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업계는 2020년에 태양광·풍력에너지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 에너지 발전 단가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석탄에너지에 탄소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고탄소 사회에서 저탄소 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현재 이에 대한 준비가 전무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세먼지 대책으로 ‘공정률 10% 미만 화력발전소 건설 원점 재검토’를 내걸었고, 대안으로 LNG 발전 확대를 내걸었다. 하지만 LNG가 미세먼지 감축에 효과가 있을지언정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선 석탄화력발전소와 오십보백보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전환비용’은 지금까지 석탄화력발전소로 막대한 이익을 본 산업계 대자본이 분담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산업계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업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처럼 정부와 산업계가 저탄소 사회에 안일하게 대비하다간 한국은 폭염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될 것이다.
 
민: 가장 큰 피해국가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인가?
 
오: 최근 한국 조선업계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중국 업체에 뺏기고 충격에 빠졌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선박에 적용될 친환경 ‘이중 연료’ 시스템을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가 수주 여부를 판가름 했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첨단기술이 돈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선진국들은 자국 내 온실가스 총량을 줄이기 위해 수입 상품의 생산·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무역이 연계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온적 태도는 국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앞서 말한 조선업계의 충격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 문제가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전 업종의 31%가 제조업인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또한 그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 즉 일반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될 것이다.
 
민: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하더라도 온실가스가 미치는 영향까지 단번에 없앨 수는 없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대기에 남기 때문에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도 기존에 배출되던 영향으로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오: 국내와 세계의 현안을 나눠서 봐야 한다. 한국의 경우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생태계 붕괴와 사막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실 국내 생태계 붕괴는 현재 진행 중이다. 생태계 붕괴 문제는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도로, 하수구, 댐과 같은 시설도 기후변화에 맞춰 개선되어야 한다. 2013년 추석 때 광화문 지역에 3시간 동안 비가 내려 그 일대가 물바다가 됐었다. 한국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폭우에 대비할 인프라가 전무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봤을 땐 ‘기후 난민’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사하라 이남 지역 수단, 콩고, 소말리아 등 26개국이 사막화되며 공식·비공식적 통계로 2억 명 정도의 사람이 고향을 떠났으며, 1년에 100만여 명이 이동 중이다. 2008년 이후 새로운 난민 발생 지역은 아시아다. 2008년~2012년 사이 1억 4000만여 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했고, 이 가운데 70~8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민: 한국은 세계 제7위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물론 기업의 영향이 절대적이겠지만, 소비자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 같다.
 
오: 가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전기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구매 능력’이 있는 사람에 한정된 해결책이다. 기술개발 및 상용화로 미래엔 전기자동차와 태양광 패널의 가격이 낮아지겠지만, 지금의 개발 속도로 보건대 대중화가 되는 시점은 2030~2050년대일 것으로 보인다. 기술 개발 속도는 기후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상황에서 태양광 패널이나 전기자동차를 대량생산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 사막화한 지구에서 전기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선 문제 해결의 뿌리를 대자본에서 공동체로 이동해야 한다. 문제해결의 주체를 시민 공동체로 바꾸는 것이다. 뿌리 이동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그중 하나는 시민들이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석관동 두산아파트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전등의 밝기를 줄이고 TV 밝기를 절전모드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기사용량을 매년 65만kWh 씩 줄여나갔다.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사례는 공동체가 힘을 합쳐 에너지 수요를 줄일 경우 일어나는 변화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개인이 이루기 힘든 일을 공동체 차원에선 쉽게 해낼 수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시민운동에 나서야 한다. 시민, 즉 에너지 소비자들은 에너지문제의 당사자로서 정부와 기업에게 여러 가지 요구를 할 수 있다.
 
민: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크게 저항하는 쪽은 산업계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면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성장 패러다임을 맹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경제성장 신화’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 않을까. 영원한 경제성장은 불가능하지 않나.
 
오: 산업계가 경제성장을 근거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반대하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자본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상업적인지 보여준다. 대자본은 뭐든 돈이 될 때만 움직인다. 테슬라 모터스의 엘론 머스크는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방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우리 제품을 쓰면 된다”고 대답했다. 자본주의 관점으로는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마약중독과 같은 ‘에너지 중독 사회’를 살고 있다. 에너지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소비습관이 현재의 기후변화를 만들었다. 시민 공동체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 노력하는 한편, 소비자로서의 개인은 내가 구입하는 물건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감시하며 기업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후변화 문제는 사람들의 행동이 변하고 기술이 이를 수용할 때 해결될 수 있다.
 
박예람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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