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 서울 동대문구 거주 30대 A씨는 내집 마련 타이밍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애초 작년 말쯤에 장만할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대출 규제 대책의 영향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서 좀 더 자금을 모으기로 마음먹고 올해로 미뤘다. 그러나 오는 2월부터 정부가 대출 규제에 추가로 나서는데다 금리 인상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규제 시행 직전인 이달 중에라도 매수 막차를 타야 할지 아니면 기존의 전세를 더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일부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가 본격 도래한 만큼 고정금리 대출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본인 소득수준과 대출 기간에 따라 자금 관리 계획을 짜야한다고 조언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은행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을 위한 감독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안 변경예고에 들어간다.
신(新) DTI는 기존 DTI의 금융부채 산정방식을 강화한 것으로 다주택자의 대출 한도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DTI는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는 경우 기존에 받았던 주담대는 이자상환액만 반영하지만, 신DTI는 원리금 상환액까지 더해 대출한도를 정한다. 이에 다주택자가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어 주택을 매입하는게 어려워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득을 측정할 때 더할 수 있는 '장래소득' 측정방식도 바뀐다. 기존의 DTI는 고용노동통계상 연령별 근로자 소득 증가율을 감안해 장래소득을 추정했지만, 신DTI는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차주의 장래소득을 구할 수 있게 했다.
다음달부터 기존의 DTI(총부채상환비율) 제도를 개선한 새로운 DT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신 DTI를 피하고자 이달 중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래 1월은 주택거래 비수기이기지만 올 1월은 신 DTI 규제를 피하기 위해 주택거래도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실주요자들이 부동산 대출 규제 시행이 임박했고, 금리 상승이 본격 시작됐다고 해서 무작정 '대출 막차'를 탈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본인의 소득 수준과 대출 기간을 고려해 재무 관리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래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무주택 실수요자의 경우 신 DTI가 시행되더라도 대출 한도가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직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한 A씨(연소득 4000만원)가 조정대상지역에 아파트를 사면서 대출을 받으려 한다면, 현재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최대 2억9400만원이지만 신 DTI에 따라 3억8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은행이 A씨의 장래예산소득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특히 A씨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신 DTI에 따른 대출가능금액 감소 영향이 없다. 장래예상소득 증가분만 반영되면서 대출 한도가 9100만원(31%) 증가하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통계 정보 등을 활용해 장래소득 인정기준을 내부지침으로 마련해 소득 증액한도를 자율적으로 설정해 운영하게 된다"며 "40세 미만의 젊은층이나 신혼부부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를 두고 대출자들의 고민도 깊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고정금리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정금리 상품을 통해 변동성을 줄이라는 것이다.
다만 대출 만기가 3년 이하로 짧다면 무작정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1~2년 안팎의 단기 주택담보대출이나 1년 미만의 신용대출은 여전히 변동금리가 유리하지만 3년 이상 장기 대출을 받을 경우에는 고정금리가 이자부담이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낮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대출 이자엔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 관리 비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변동과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 차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1%포인트 안팎이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약 0.3~0.5% 포인트 수준으로 낮고 향후 금리인상 폭을 고려해볼 때 대출기간이 1년 미만인 신용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를, 대출기간이 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고정금리 상품을 추천했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대출 상담 창구.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