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면서 누구나 목표를 새로 정하기 마련이다. 시민들은 시민들 개인별로, 조직은 조직대로.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목표를 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말 국민이 바라는 목표라는 생각에 공감을 하며 여기에 개인적 바람을 더해 본다.
삶의 질 개선이란 범위가 아주 넓다. 그 중에서 나는 두 가지만이라도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하나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일자리를 수치로만 따지면 목표에 매달리게 되고 때로는 목표 달성에 집착하여 그 과정에 소홀하기 쉽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엔 부산 근처 공단에 있는 대기업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은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받는다고 한다. “최저임금도 안 주는 이런 업체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고 열을 내니 “신고하면 뭐 하냐”는 반응이다. 공단에 그런 업체가 한 두 곳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자가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대기업에서 하청업체를 쥐어짜서 생기는 문제인지, 능력이 안 되면서도 억지로 공장을 운영하는 하청업체의 문제인지, 실상은 그렇지 않지만 어렵다고 하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악덕 고용주의 문제인지, 문제의 본질은 잘 모르겠다. 다만 현실적으로 하루 8시간 주 5일 일하고도 한 달 100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은 ‘사회적 문제’이다.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손이 모자라 다 관리하지 못하는 실정을 잘 알고 악용하는 것일 게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런 일이 더 많다고 한다. 이런 실상을 보자니 ‘좋은 일자리’가 절실하다.
또 하나는 실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도 ‘나와는 아주 먼 문제’인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환경이다. 10년 전 출퇴근길에 마스크를 쓰고 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 요즘은 걸핏하면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숨 쉴 권리는 환경권 이전에 인간의 기본권이다. 지금까지 경제개발에 이 기본권이 뒷전으로 밀려난 게 당연한 듯 동의되었다. 하지만 이제야 미세먼지를 체감한 시민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내자 정치권에서도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해결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도 출범때 ‘탈원전 탈석탄정책’을 발표하여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해 12월 14일에 발표한 정부의 제8차 전력수급계획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밝힌 탈석탄 정책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어서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지난 5월 당시 공사 중 또는 예정이던 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공정률 19.3%인 신서천 1호를 제외한 공정률 10% 미만인 8기의 석탄화력발전을 백지화하고 이 중 4기는 LNG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별 다른 조치가 없는 사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은 계속 되어 공정율이 30% 이상 진행되었다. 그 결과 9기 중 7기는 완공한다고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2기만 LNG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풀어주고 다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게 되면 새 정부 들어 선언했던 친환경정책은 의미가 없게 된다.
미세먼지를 체감하는 시민들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야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왜 처음 약속과 달리 탈석탄정책이 뒷걸음질 치는 건가?” 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는 날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바뀐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해 체감하지 않았는가.
삶의 가장 기본조건은 편하게 숨 쉬고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기본 조건을 침해받으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항의를 하지 못하면 삶의 기본 조건을 누릴 자격을 잃는 것이다. ‘누가 대신 해주겠지’ 하는 동안 우리 자녀들의 등하교길 마스크를 쓰는 날이 더 늘어나게 된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국정의 최우선목표를 둔다고 하였으니 다시 탈석탄정책을 챙겨주기를 바란다.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국정목표로 삼겠다”는 데서 받은 감동이 올 한해 내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동형 푸른아시아 홍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