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 청년 창업자인 A씨(신용등급 5등급)는 긴급 경영자금으로 2000만원의 신용대출이 필요하다. A씨는 현행 금융제도 아래서는 은행 대출이 어렵고, 저축은행에서 금리 21%로 1500만원의 대출과 금리 19% 조건의 500만원을 카드론으로 각각 받을 수 있다. 약 3일간의 시간이 걸리고 금리부담은 41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부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A씨는 주거래 은행을 통해 계열사 저축은행(금리 13%)과 캐피탈(금리 11%)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카드사용 패턴 등의 빅데이터가 A씨의 대출심사에 반영돼 대출금리가 낮아진 것이다. 금리부담이 244만원으로 현행에 비해 166만원을 적게 낼 수 있다.
금융당국이 올해 10%대 중금리 정책 대출인 '사잇돌 대출'의 공급액을 1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중금리 대출의 개인별 대출한도를 늘리고 금리는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당국은 민간 참여를 늘려 중금리 대출을 오는 2022년까지 연간 7조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당국의 목표대로 라면 연간 70만명의 이자부담이 35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사잇돌대출' 공급한도를 기존 2조1500억원에서 3조15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사잇돌대출은 정부가 초기 중금리대출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연계해 출시한 상품으로 올해 7월 공급한도(2조1000억원)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위는 사잇돌대출의 대출한도와 금리를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상반기 중 대출 심사기준과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하반기에는 최대 2000만원인 대출한도도 늘린다. 금리는 보증료율을 낮춰 인하한다. 최준우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사잇돌 대출 취급 금융기관이 보증보험에 지급하며, 금융기관은 보증료율을 반영해 대출금리 산정하는데, 보증료율을 낮추면 대출금리가 떨어지는 효과가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사잇돌대출에 민간 금융권의 자체 상품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중금리대출 공급규모는 4조2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민간 부분의 중금리 대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관련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정보공유·분석 관련 규제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에 도입된 규제 인센티브를 서민층이 주요고객인 여전업과 신협업권으로 확대한다.
또한 금융위는 중금리대출 신용평가기법과 상품개발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한다. 비식별정보의 분석과 이용이 가능하도록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하고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등 신용정보집중 기관을 통해 빅데이터 자료와 분석시스템을 금융기관에 제공키로 했다.
서울보증보험이 사잇돌대출 취급과정에서 축적한 정보도 금융회사들과 공유한다. 금융지주회사내 계열사간 정보공유 절차는 간소화해 정보활용이 용이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신용평가에서 건강보험정보나 카드 소비패턴, 금융정보 등 종합적인 빅데이터가 활용되면 중금리 대출의 금리가 내려가는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제도개선으로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2022년에는 연간 7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 없이 순수 민간 금융권의 공급규모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 5대 금융그룹이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금액을 2017년 9000억원에서 2022년 2조4000억원으로 늘린다. 이들 회사는 이를 위해 계열사 정보를 집적, 정확성을 높인 통합평가시스템을 개발하고 연계 영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개인실적평가(KPI)에 중금리대출 실적의 반영도 확대한다.
인터넷은행의 공급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에서 2022년 3조1000억원, 저축은행·캐피탈 등 여타 금융기관은 1조5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유통·통신 주주사 정보, 앱 정보 등을 결합(빅데이터)해 금융정보가 부족한 고객에도 중금리 대출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중금리대출이 연간 7조원으로 확대될 경우 연간 70만명의 금리부담이 약 3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은행·금융권 협회·정부 기관 등과의 간담회에서 "중금리대출은 금융이 스스로 서민을 감싸안고 받아들이는 포용적 금융의 취지를 가장 잘 구현한 것"이라며 "민간 자체적인 중금리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은행·금융권 협회·정부 기관 등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