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비트코인 등 일부 가상화폐에 대한 입금 수수료를 신설키로 했다.
이는 가상화폐의 잦은 소액입금으로 인한 서비스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수수료를 부과해 네트워크상의 과부하를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출금 수수료가 인상된 데다 대형 거래소가 주도적으로 소액 자금 제한을 유도함에 따라 소액투자자들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트코인 등 일부 가상화폐에 대한 입금 수수료가 신설된다. 서울의 한 가상화폐 거래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내달 1일부터 비트코인에 한해 입금 수수료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입금액이 0.05 비트코인(BTC) 미만일 경우엔 수수료로 0.0008 비트코인이 부과된다. 이날 오후 1시 50분 기준 코인원의 1BTC가격은 1353만원으로, 2월부터 약 67만원 이하로 입금 시 1만8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상화폐에 투자금을 입금할 때에는 수수료가 발행하지 않았다.
단 출금 수수료는 원화의 경우 1000원, 코인별로는 건당 각기 다른 수수료를 부과해 블록체인 전산망에 납부해왔다. 그러나 블록체인 미승인건수가 많아지고 서비스 지연이 발생하면서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입금 수수료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코인원 관계자는 “최근 소량의 BTC 입금이 대량으로 발생하면서 입출금 전체 거래(트랜잭션) 처리에 부하를 줬다”며 “지연을 부추기는 요인을 해소하고 나면 고객의 불편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BTC거래는 블록체인 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수수료 도입은 서버 증설 등 거래소 이슈와 관련이 없다”면서 “비트코인 이외의 암호화폐 소량 입금에 대한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가상화폐 소액 거래가 활발해지고, 입출금 지연이 늘어날 경우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코인)에도 수수료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빗썸의 경우 이달 31일까지 소액입금 자제 유예기간을 진행하고 있다.
빗썸은 소액 입금 자제에 대한 유예기간이 끝난 후 효과가 미비하다고 판단될 경우 입금수수료 정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사실상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골드, 대시, 라이트코인, 제트캐시, 이오스 등 빗썸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가상화폐에 소액 입금 제한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소액입금 기준은 비트코인의 경우 0.005(약 7만원), 비트코인캐시는 0.03(약 6만4500원), 비트코인골드는 0.02(4700원)이며 대시는 0.04(4만원), 라이트코인은 0.3(7만500원), 제트캐시와 이오스는 각각 0.02(1만2000원), 5(8만5000원) 등이다.
빗썸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마다 입출금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블록체인 네트워크 미승인 거래도 증가했다”며 “잦은 소액 입금으로 인해 정상적인 입출금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 부과 대상 코인과 기준 수량은 소액입금 기준으로 내놓은 비트코인 등 7개 코인이 될 것”이라며 “일단은 유예 기간이 끝나고 난 후 상황을 보고 (입금 수수료) 도입 시기와 금액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빅3인 코인원과 빗썸이 소액 입금 수수료 도입을 예고하면서 입금 수수료가 가상화폐 거래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형 거래소가 주도적으로 입금 수수료를 부과할 경우 중소형 거래소도 자연스럽게 동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비트의 경우 당장 입금 수수료 도입 계획은 없는 상태다.
현재 업비트는 원화를 포함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더리움 클래식, 비트코인캐시, 오미세고 등 17가지 화폐의 입출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입금 수수료는 무료다.
업비트 관계자는 “보통 입금에는 10~30분 정도 소요되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미승인 거래가 과도하게 쌓일 경우 컨펌과 입금이 지연될 수 있다 ”면서도 “지금으로선 입금 수수료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표명했다.
한편 입금 수수료 부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서비스 지연을 막기 위해 출금 수수료를 조정했음에도 실제 효과는 미비한데다 소액투자자에 대한 부담과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빗썸은 작년 12월23일 기존 0.0005 BTC이던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를 0.002 BTC로 상향 조정했다가 다시 지난 1일 0.001BTC로 인하했다.
이후 일주일 만인 지난 7일 비트코인 출금 지연 해소를 이유로 출금 수수료를 0.003BTC로 올렸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는 회원 차감수수료(0.0005BTC)보다 많은 전송 수수료로 자체 송금을 처리해왔다”면서 “급격한 거래 증가와 미승인 건의 증가로 지연이 심화되고 있어 출금 수수료를 조정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블록체인 미승인건수가 17만6980건에 달한다”며 “비트코인 블록체인이 안정화되면 출금수수료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 한 관계자는 “서비스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입금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선 이해가 간다”면서도 “수수료에 대한 방침이 너무 자주 바뀔 경우엔 투자자의 불만과 혼선이 뒤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