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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가계 의료비 부담 경감 기대…의료 남용·건강보험료 인상 우려 있어
문재인 케어를 바라보는 소비자 인식
입력 : 2018-02-05 오전 8:00:00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비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 경제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22년까지 총 30조6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비급여 부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띠라 국가의 의료복지 증진과 의료비 부담 경감으로 예상되는 문재인 케어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의료계 등 일각에서는 의료비 부담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건강보험료 인상과 같은 우려를 제기한다.
 
비급여 부담 감소하는 건강보험 보장률 확대, 의료비 폭증 우려도
지난해 8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케어의 시행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건강보험을 개편해 전체 의료비의 16.5%를 차지하는 건강보험 비급여 부분을 건강보험공단이 보장하면서 국민의 의료비 본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암이나 뇌 질환, 희귀병 등 장기간 입원이나 요양이 필요한 질병으로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가 높아져 가계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 비해 약 15%가 낮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택 진료비 폐지, 상급 병실료 폐지, 간호·간병 통합 의료 서비스 시행 등 3대 비급여 항목의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케어를 2017년 10월 시행에 들어가 2022년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22년까지 총 30조6000억원을 투입하면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70%로 높아지게 된다.
 
국내에서 연간 의료비로 500만원 이상을 부담하는 환자는 39만명이다. 이들과 월 소득의 10~40% 이상을 의료비에 사용하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 가구는 문재인 케어로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케어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이 환자나 환자 가족이 아니라 실손보험회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건강보험료 인상, 의료 서비스 이용량 증가로 전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의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
 
이 같은 입장차이는 최근 (사)소비자와함께가 주최한 ‘소비자 조사를 통해 본 실질적 의료행정에 대한 요구’ 토론회에서도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남인순 의원은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핵심은 공공성을 회복하고 확충하며, 지역·계층간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의료비 걱정이 없는 평생건강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수립해 30조6000억원을 투입하고, 의료비 부담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이동욱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한국에서는 의료공급의 93%가 민간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정부가 보장성 강화정책을 본격 시행하기에 앞서 재정추계 및 준비, 의료전달체계를 위한 의료인력 양성제도나 인력배분 등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소비자, 문재인 케어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의료계 손실 보전 방안에는 부정적
이성림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교수는 문재인 케어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와 우려를 파악한 결과,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 필요성을 인식하는 요인으로 국가 의료복지 증진이 7점 만점에 5.64점, 가계 의료비 경감이 6점이었다고 밝혔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의료비 지출 경감을 위해 문재인 케어 시행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난 것으로, 특히 저소득층의 병원비 부담 경감과 사회의 건강 불평등 해소, 노인 병원비 부담 경감을 위해 문재인 케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조사대상자 대다수가 건강보험 강화 대책의 필요성, 특히 가계의료비 부당 경감 대책에 공감했다”며 “의료비 경감 대책의 호감도 또한 대체로 높은 편이며,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및 노인 의료비 경감 대책에 대한 찬성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성인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케어의 ▲필요성 인식 ▲대책에 대한 태도 ▲의료계 수익 감소 보전 방안에 대한 태도 ▲정책 실행 걸림돌 ▲기대와 우려 등을 묻는 조사항목으로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의료서비스 전달 체계 개편(5.85점), 3대 비급여와 노인 의료비 경감(5.67점), 아동 여성 의료비 경감(5.58점), 순서로 찬성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전면 급여화에 따른 의료계 손실 보전 방안에 대한 태도에서는 호감도가 대체로 낮아, 의료계 손실 방안에 대한 호감도 평균은 4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수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과 일회용 치료재료 보상 체계 수립을 제외한 5개 방안 호감도가 4점대에 머물렀으며 진단 및 증명서 발급비용 인상 방안은 3.79점으로 가장 낮은 호감도를 보였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예산 부족, 정책의 치밀성 결여 등 내재적 요인(4.56점)보다 의료계 반발, 정치권 대립 등 외재적 요인(5.22점)이 정책 실행에 더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인식했다.
 
 
이번 조사에서 문재인 케어로 소비자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경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80%가 이번 건강보험 개편안 이후 저소득층이 많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밖에도 문재인 케어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는 노인 의료비 경감(77.75%), 치료 포기 문제 해소(77.65%), 병원비로 인한 가계경제 파탄 방지(76.5%) 등을 꼽았다.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 대책이 시행돼도 의료비 부담이 변하지 않을 것이고 문재인 케어가 의료 서비스 이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비급여 부분에 대한 보장이 강화됐을 때 부작용으로 병원 이용 증가(69.25%), 건강보험료 인상(67.75%) 외에도 의료 남용 증가(67.25%) 등의 우려를 보였다. 이 교수는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의 기대와 우려 수준이 유의하게 높다”면서 “외재적 걸림돌을 높게 인식할수록 기대와 우려 수준 모두가 높고, 의료계 보상 대책에 호의적일수록 기대와 우려 수준이 동일하게 높다”고 말했다.
 
‘비급여의 급여화’ 정치적 구호 우려, 지속가능한 정책 위해 보완 필요해
이상일 울산대학교 의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건강보험의 주요 이해당사자인 소비자의 시각에서 검토하고 논의하는 것은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정책 형성 및 실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국민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동시에 기존 보장성 강화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정부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주장한 것을 “비현실적인 정치적 구호이며, 앞으로 비급여에 대한 적절한 관리 방법이 없으면 풍선효과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현재까지 산출할 수 있는 자료 중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자료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급자 소비자 특히 합리적인 소비자와 양질의 공급자가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급여부분에서 더 비용효과적인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기관들이 잘 생겨날 수 있는 의료 시스템과 구조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이용량이 조금은 증가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본인부담이 있는 것이기에 의료 수요가 무한대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케어 시대, 환자보장성 강화 무엇이 필요한가?'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지훈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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