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금융당국 "채용비리, 은행법 위반 맞다" 제재가능성 검토
'금융법 위반 아니다'는 주장 반박, CEO 등 임직원 해임 가능
입력 : 2018-02-05 오후 3:56:32
[뉴스토마토 이종용·문지훈 기자]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해당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와 부정합격자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먼저 지켜봐야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수사가 늦어지거나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은행법 등 금융관련법 위반을 걸어 금융사 임직원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도 그랬고, 앞으로의 처리 방향도 정부의 공기업 채용비리 처리방향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말 공기업 채용비리 점검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의뢰 또는 징계대상에 포함된 임직원의 일부를 즉시 해임시키고, 비리 혐의가 확인된 부정합격자도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역시 장기적인 방향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의 강도높은 제재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채용비리가 금융관련법 위반 사항이 맞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각에서는 채용비리건이 금융관련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용비리는 형법상으로만 보면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야 임직원을 해임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채용비리는 금융법 위반 사항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금감원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은행에 대한 제재가 가능한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법에서는 '금융업의 건전한 질서를 저해한 경우 금감원장이 금융위원회에 해당 CEO의 직무정지나 해임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수 있도록 한다"며 "채용비리가 금융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일각의 해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굳이 은행의 공공적인 성격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당국은 은행업 인가를 내줄 때 자본금이나 인력, 시스템을 확인하고 인가후에도 이런 요건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검찰의 수사 방향을 지켜본다는 것도 은행권 채용비리에 현직 은행장, 금융지주 회장 등 최고위직이 포함된 만큼 검찰 수사에서 확실한 정황을 재확인하다는 차원이다. 이날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감원 조사는 정확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확인 작업을 검찰에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채용 비리에 따른 은행 내 부정합격자에 대한 처벌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채용비리로 부정 합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은행 직원들은 여전히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앞서 채용비리 사건이 발생한 우리은행에서도 부정 합격자들이 여전히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비리 혐의가 확정된 부정 합격자를 즉시 퇴출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권에서도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정해진 만큼 채용비리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은행들도 부정 합격자를 퇴출시키거나 피해자를 구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는 은행들이 채용비리 의혹을 전면부인하면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라 그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등 비리 정황이 드러난 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 대부분에 부정합격자 처리와 관련한 내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임직원의 제재와는 별개로 민간기업 부정합격자의 처벌과 피해자 구제책은 금융당국에서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검찰 수사에서 비리 정황이 확실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인사채용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정합격자에 대한 처벌 규정과 이에 따른 피해자의 구체책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최흥식 금융감독원 원장이 5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열린 행사 참석해 검찰의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 수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문지훈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