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6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서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했고 금리상승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대규모 순이익과 인력 구조조정 덕에 생산성은 4배나 증가했다.
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국내은행 경영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조7000억원(2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1년(14조4686억원) 이후 최대치다.
은행별로는 일반은행의 당기순이익(8조4000억원)은 전년 대비 2조원 늘었고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은 전년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흑자 전환하며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37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8.5% 증가했다. 이자이익 역시 2011년(39조1040억원) 이후 최대다.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 차이가 확대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한 덕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63%인데 미국 상업은행(3.19%)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자산 건전성 등 주요 지표도 일제히 개선했다. 은행권의 부실채권비율은 1.18%로 전년보다 0.24%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주요국의 부실채권비율(작년 9월말 기준 미국 1.17%, 일본 1.20%)과 유사한 수준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여신을 운용해 신규 부실을 줄이고 기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정리하면서다.
자본적정성도 좋아졌다.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5.21%를 기록했다. 전년말(14.81%) 대비 0.40%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씨티은행(18.82%), 케이뱅크(18.15%), 경남은행(16.51%)의 총자본비율이 높았고 수출입은행(12.82%), 전북은행(13.39%), 카카오뱅크(13.74%)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을 살펴보면 지난해 은행의 ROA는 0.48%, ROE는 6.0%로 전년대비 각각 0.37%포인트, 4.63%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미국 상업은행 수준에 비해선 여전히 낮았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의하면 미국 상업은행의 ROA와 ROE는 각각 1.09%, ROE 9.73%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 은행의 생산성이 대폭 확대된 점이다. 지난해 은행의 직원 1인당 당기순이익은 1억1000만원으로 전년(2000만원) 대비 약 4배나 급증했다. 직원 1인당 순이익은 당기순이익을 직원 수로 나눈 지표다. 금융권에서 직원 생산성을 측정하는 잣대이자 금융사의 경쟁력을 나타낸다.
생산성이 좋아진 이유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인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하고, 명예퇴직 등으로 임직원 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연평균 총 임직원 수는 1년 사이 4000명이 줄었다. 2016년 11만5000명이었던 임직원 수가 11만1000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이 수익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대손 비용이 많이 감소했다"며 "그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은행의 경영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아졌고, 시장금리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자의 이자 부담으로 취약 차주 중심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며 "담보 위주 가계대출 중심의 자금 운용에서 벗어나 생산적 금융으로의 중개 기능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이 6년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