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고, 여론이 나빠지면서 결국 은행장과 회장직 모두 내려놓게 된 것이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자진 사퇴한다. 사진/뉴스토마토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 및 고객,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4년 DGB금융지주 회장과 대구은행장에 오른 박 회장은 지난해 연임에 성공하며 성공가도를 달려왔지만 비리 의혹에 휘말리며 40년 금융 생활을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3일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개선 및 새로운 도약과 은행의 안정을 위해 은행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룹 회장직은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단계적으로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채용비리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박 회장을 향하고,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사퇴 촉구가 이어지면서 결국 자진 사임으로 결정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은행 채용비리를 조사 중인 검찰은 최근 대구은행 실무진과 일부 임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결과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구은행 본사 인사부서와 IT센터 등을 압수 수색해 2015년 이전 채용 관련 자료 등도 확보했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한 2016년 신입행원 채용 비리 수사 과정에서 2017년과 2015년도에도 유사한 형태의 비리 혐의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윗선 개입 정황이 드러나며, 검찰의 수사가 박인규 회장을 향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박 회장은 3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횡령 혐의도 받고 있어 은행 안팎으로 사퇴 촉구를 받아왔다. 실제 금융노조에서는 오는 30일 예정된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앞두고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지배구조 개선이나 후계구도에 대한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한편 DGB금융과 대구은행은 오는 2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향후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