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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Me Too, 조직문화 그리고 CSR
입력 : 2018-04-02 오전 8:00:00
근래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Me Too 운동을 보면서 아마도 많은 이들은 “터질 것이 터졌구나!”라고 생각하지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다만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대중화로 사회 전체의 투명성이 높여져 더 이상 직장 내 성폭력을 숨기기 힘든 시대가 되었을 뿐이다.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은 치명적인 기업 브랜드 이미지의 손상을 야기한다. 우버는 성희롱·성차별 문제로 인해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직원 20명이 해고되는 내홍을 겪었다. 국내에서도 잘나가던 홈 인테리어 한샘은 여직원 성폭행 사건으로 인한 홈쇼핑 광고 중단으로 ‘부엌 사업부’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5.2% 감소했으며, 목표 주가 또한 하향 조정되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은 회장의 성희롱으로 인한 불매운동으로 그 불똥이 영세한 대리점주에까지 튀었다.
 
어떤 전문가들은 성폭력 사건을 일부 구성원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이에 대한 사전교육 및 관리 실패로 분석한다. 그러나 필자는 기업 내에 뿌리 깊이 박힌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조직문화 빈곤의 필연적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런 빈곤의 주된 피해자는 여성, 비정규직, 부하 직원, 협력업체 등인데, 바로 한국기업은 ‘수탈적 조직문화’를 통한 초과이윤확보라는 저차원적 경쟁력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문화에 기반한 한국 기업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뉴욕대의 스턴경영대 교수인 그렉 베스터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자포스닷컴의 초기 주주로 활동할 때 “기업이 성장하면서 양질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고객을 감동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조직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크게 깨달았다. 그리고 조직문화가 브랜딩, 직원 만족, 인재 유입 및 유지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지표에 끼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에 “망가진 문화가 악평으로 이어지더라도 기존 직원들은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퇴사할 생각조차 못한다”면서 우버를 그 사례로 꼽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런 기존의 멤버들로 인해 신규 우수 인력이 우버에 입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에 해결 방법으로 가능한 한 빨리 기존의 그릇된 문화를 의도적이고 활동적이며 투명한 문화로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 뒤에 우버는 어떻게 변모했을까?
 
우버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이외에도, 우버 기사에 의한 성폭력, 개인정보의 노출, 구글의 무인운전기술 도용, 자율주행차의 인사 사고 등 끊임없이 스캔들이 이어졌다. 이런 악재를 돌파하기 위해 최근에 인사 책임자로 영입된 리앤 혼지(Lianne Hornsey)는 한 인터뷰에서 우버의 조직문화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고백하였다. 특히 2016년 한해에 조직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람’ 보다는, ‘사업’에만 집중하고, 과도한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평가등급 랭킹 시스템 등 기본적인 인재 관리와 기업 문화 변화관리에 실패하였음을 인정하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우버는 CSR 중심의 획기적인 조직문화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이 기업 설립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다양성 리포트였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버 임직원 전체의 36%가 여성이며, 2016년 신규 채용 인력 중 41%가 여성이었다. 타 실리콘밸리 기업과 비교할 때 나쁜 수치는 아니지만, 상위 관리자 포지션에서는 22%만이 여성 인력으로 구성되었음을 밝히고 다양한 개선책을 내놓았다.
 
그중의 하나가 '최고 다양성·포용 책임자(Chief Diversity and Inclusion Officer·CDIO)'로 이보영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을 선임한 것이다. 우버 이외에도 최근 미국의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평등하고 차별 없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100% 블라인드 지원서 작성(이름, 성, 나이, 인종 무기재), 1년간 무한적 육아휴직, 전 직원의 연봉 공개 등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CSR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 2.0: 잘못된 점과 바로잡는 방법(American Manufacturing 2.0: What Went Wrong and How to Make It Right)>의 저자 스티븐 L. 블루는 “조직문화를 통한 기업의 올바른 가치는 바로 직원, 고객, 커뮤니티, 이해당사자들에게 모두 유익한 가치이어야 한다”며 기업의 특정 계층과 그룹에게만 유리한 가치는 올바른 가치가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다. 블루의 주장은 바로 CSR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단순한 성희롱 예방교육으로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꿀 수는 없다. 성 평등은 모든 회사정책의 핵심적 DNA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의 핵심적 가치로, 조직문화로 확장되어야 함을 한국기업들이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센터장
손정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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