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내달 첫 해외 기업설명회(IR)를 갖는다. 이는 최근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주가를 부양하고, 지주사 전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진/우리은행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행장은 최근 행사 자리에서 기자와 만나 “내달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와 유럽지역을 방문해 기업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 행장이 직접 해외 IR에 나서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손 행장은 해외 투자자와의 만남을 통해 우리은행을 알리고 앞으로의 전망과 경영 전략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손 행장은 “(구체적인 것은) 아직 조율 중”이라면서도 “(기업설명회 등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은행 수장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직접 챙기고, 주가를 올려 지주사 전환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증권이나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을 확장하는 한편 주가를 올려 정부의 잔여 지분(18.4%)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임 행장인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또한 민영화를 위해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에서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며 해외 투자자와 접촉해왔다.
주가가 떨어지면 예금보험공사의 입장에서는 지분 매각을 꺼릴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손 행장은 자사주 매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손 행장은 보통주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앞서 손 행장은 지난달 7일과 23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각각 5000주를 장내 매입한 바 있다. 현재 손 행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3만8127주다.
이와 함께 신상훈, 노성태 사외이사와 오정식 상임감사위원, 이동연 부행장, 이원덕 상무, 김종득 상무, 정종숙 상무 등 임원진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다만 시장 상황은 밝지만 않다. 지난 한달 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주가도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우리은행은 전날보다 50원(0.36%) 내려간 1만375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7월 1만9650원 대비 30%나 떨어진 수준이다. 또 예금보험공사의 콜옵션 행사가격인 1만3866원보다도 낮다.
여기에는 금호타이어 관련 이슈와 정부지분 매각 지연 등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지금까지 이틀을 제외하곤 매일 우리은행 주식을 팔았다. 이로 인해 3월2일 당시 28.13%에 달했던 외국인 지분 보유율은 26.64%로 내려갔다.
한편 시장에서는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새롭게 선임된 만큼, 하반기부터는 지주사 전환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우리은행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44배”라며 “금호타이어 우려와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지연 이슈 등이 있기는 했지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과매도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최 연구원은 “박경서 전 공자위 민간위원장의 자진 사퇴 등에 따라 추진 동력이 약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지만 이는 일시적 지연에 불과하다”며 “최근 박영석 공자위 민간위원장이 선임된 만큼 금융지주사 전환은 6~7월 중 재추진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는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우려, 지주사 전환 지연 등으로 하락했다”면서도 “금호타이어 매각으로 오히려 큰 폭의 충당금 환입을 예상하고 지주사 전환도 연내 해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