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 2017년 11월22일 수원시에서는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수립됐다. UN에서 2015년 9월 채택된 SDGs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수원시 2030 SDGs’는 2030년까지 수원시를 환경·경제·사회적으로 지속가능발전이 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10개 목표를 말한다. 2015년까지 빈곤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이행된 새천년 발전목표(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의 국가 중심적 의제 이행을 극복하고 SDGs부터 지방 정부가 나서 목표를 실천하자는 변화의 일환이다.
‘수원시 2030 SDGs’ 수립의 발판을 마련한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UN 환경개발 회의에서 채택된 의제21(Agenda 21)의 지방의제 21(Local Agenda 21)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기업·수원시가 수립한 지역 단위 민관협력기구다. 작년부터 수원 실정에 맞는 목표 수립을 위한 토론회와 워크숍 등을 운영해 왔으며 2018년 핵심과제로 ‘수원형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설정하는 등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박종아 사무국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수원시 2030 SDGs의 구체적인 수립 배경과 과정 및 주요 내용을 알아보았다.
-수원시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수립한 배경은.
SDGs를 수립할 때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UN의 새로운 목표를 이행할 수 있는 지역 의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였다. SDGs 이전 목표였던 MDGs의 목표가 국가 중심적이었으며 상의하달식으로 이행되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가 단위의 이행은 지방까지 그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지역마다의 이행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SDGs 수립 과정에서 새로운 발전목표를 어떻게 지방화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UN이 정의하는 지방화(localization)란 세계, 국가, 지방 단위의 지속가능 목표를 위한 노력이 지방에서부터 이뤄질 수 있는 지방 단위의 문제 설정, 이행과 모니터링 전략이다. 한국에서 중앙정부에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강조되는 지방분권과 그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UN이 강조한 지역 의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수원에서도 구체적으로 SDGs 이행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특수성과 실정에 맞는 목표 설정과 이행 절차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한 것이다. 그렇다고 수원시의 SDGs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작성과 이행 전에도 지역 중심으로 지속가능 의제와 관련된 실천 활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수립이 가능했다고 본다.
-수립 과정이 궁금하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수원시 2030 SDGs’를 수립하기 위한 플랫폼을 제공했다. 우선 토론회와 워크숍을 진행하며 UN이 설정한 SDGs를 공부하고 왜 수원시에도 SDGs를 만들고 이행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작년 3월에 열린 1차 워크숍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서울시·광주광역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발전체계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이후에는 SDGs 작성을 위한 단계별 과정과 방법을 구체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탁상행정에 머물지 않기 위해 ‘지속가능발전현장탐방 위원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지역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기초안 상정은 환경·경제·사회 분야별로 구성된 작업반의 논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초기 단계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축이었지만 수원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들과 더불어 수원시 시민단체, 전문가, 행정관, 시민도 함께 기본안을 만들었다. 회람을 통한 수정 보완 과정을 거쳐 2017년 11월 22일 수원시 2030 SDGs를 발표하게 되었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수원시 2030 SDGs는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수원’이라는 비전 아래 UN의 SDGs와 마찬가지로 환경·경제·사회 분야의 목표들로 구성되어 있다. UN SDGs는 17개 목표, 169개의 세부목표, 241개의 지표로 마련되어 있는데 수원시에 맞게 텍스트를 수정하고 기존 목표를 결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수원 SDGs를 10개 목표, 57개의 세부목표, 총 133개의 지표로 확정지었다.
수원시가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삼은 목표 중 하나는 ▲모두를 위한 착한 에너지로 기후변화 대응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위해 세부 목표로 2030년까지 수원시 전력자립률 25% 달성, 수원시 평균기온을 1℃ 낮추기 등을 설정했으며 시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기후행동공동체와 네트워크 구축도 포함했다. ▲건강하고 조화로운 생물다양성 ▲맑고 깨끗한 물순환 도시도 주요 목표로 설정해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도시를 강조했다.
경제 분야 목표로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농업먹거리 ▲좋은 일자리 증진과 산업혁신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마련했다. 각각 지역 중심의 먹거리 체계 구축, 산업 분야와 세대를 아우르는 일자리, 생산자와 구매자의 공생을 주요 골자로 한다. 사회 분야 목표는 ‘오순도순한 사회공동체’를 위해 ▲복지·건강·교육을 통한 시민행복 확대 ▲성평등과 다문화 사회 실현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도시와 문화 ▲자치를 통한 정의·평화·협치 구축으로 구성했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시민과 소통해온 경로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구의 날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매년 지구의 날에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큰 행사가 열린다. 올해 4월 21일에는 협의회와 수원환경교육네트워크가 공동 주관해 '지구를 위한 착한 에/너/지'를 주제로 생태환경체험교육관 및 누리문화공원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시민 녹색장터와 소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지구의 날 행사의 장점은 남녀노소가 함께 지속가능성 의제를 즐겁게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부터는 시민들과의 문화적 소통을 위해 지속가능발전 영화제를 처음 시행기도 했다. 영화제는 앞으로도 지속가능발전 의제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협의회 출범부터 시민들과 함께 지구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노력을 고민해 실천으로 옮겼으며 수원시민단체들과 정책을 만들어 수원시에 제안하기도 했다. 환경·경제·사회 의제를 논의하는 토론회와 체험형 워크숍을 진행해온 것도 소통의 일환이었다. 작년 수원시 2030 지속가능발전 목표 발표가 있기 이전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를 돕는 토크쇼를 진행한 것도 그 노력 중 하나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역할 중 하나인 ‘민간 거버넌스 체계 지원’이란.
민간 거버넌스 체계 지원은 지역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민관협력기구인 만큼 거버넌스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의회의 핵심 역할이다. 이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시작와도 관련이 있다. 민간을 중심으로 수원지역의제 21가 추진되면서 수원시와 손을 잡고 ‘21세기수원만들기협의회’라는 이름으로 1997년에 출범한 것이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시작이었다.
1992년 UN환경개발회의를 채택된 의제21(Agenda 21)이 거버넌스를 통한 실현을 강조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방정부가 지역에서 실천 가능한 지속가능발전의 실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할 때이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행정과 시민단체, 시민, 전문가들이 수원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제를 만들고 목표 이행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시민 중심의 공동체를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단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대내외 협력과 지속가능발전연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 2030 SDGs 수립을 계획하고 지원한 것처럼 수원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수원 시민사회단체와 행정을 연결해주고 그들과 연대하고 있다. 우리는 항상 거버넌스를 통한 의제 이행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수원시 2030 SDGs 이행을 위한 각 주체의 역할은.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수원시가 설정한 환경 분야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복지, 경제, 사회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문제가 산업과 교통 분야, 에너지 생산 분야, 올바른 정책과 시민의 실천이 함께 할 때 해결될 수 있듯이 어느 한 주체의 노력으로만은 각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행정은 혁신적이면서 상생에 가치를 두는 정책을 만들어 실행하고, 시민 단체는 정책 이행에 대한 평가 및 실천 행동 프로그램을 개발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도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SDGs는 침몰하고 있는 지구를 구하기 위한 지구 생존 매뉴얼이다. 수원시에서는 수원시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국가, 세계 단위의 SDGs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역에서의 이행이 우선될 수 있도록 수원시의 모범 사례를 구축할 것이다.
지난해 9월 13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강당에서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수원시 지속가능발전목표 기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서지윤 KSRN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