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블록체인 기술을 전담해 정책을 이끌어 갈 정책 부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블록체인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구축을 위해 통일된 중앙 집행 조직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이란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 데이터 조작을 방지하는 것으로 탈중앙 네트워크로 당사자 간 연결을 의미한다.
류호찬 한국블록체인사업진흥협회 정책자문위원은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블록체인 산업정책환경,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과거 90년대 중반부터 시작한 국가 IT 사업이 현재 IT산업의 기반이 됐다"며 "분산된 블록체인 집행 조직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 블록체인 정책이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으로 분산돼 일관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류 위원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진행된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사업과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참여정부 전자정부사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사업 당시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이 사업을 이끌었고 전자정보사업 때는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인터넷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지금의 IT산업 인프라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류 위원은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있지만 자문위원회 성격에 그친다"며 "'제2의 인터넷혁명'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중앙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해외 사례를 들며 블록체인 법안의 입법을 강조했다. 한 변호사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16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블록체인의 암호화폐를 규제 중이다. 스위스는 더 나아가 암호화폐 토큰을 ▲지불형 ▲유틸리티 ▲자산형 등으로 나눠 각각 증권법, 자금세탁금지법 등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며 입법 논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 변호사는 "암호화폐 법안이 없어 소비자보호와 산업 진흥 모두 놓치고 있다"며 "암호화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입법 미비는 국내 기술과 자본의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키우고 있다. 소영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ICT성장산업실장은 "일본 기업이 국내 블록체인 투자를 문의하지만 블록체인이 금융과 엮이면서 불투명성만 커진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블록체인 입법이 완비된 일본, 스위스, 싱가포르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해외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설립·컨설팅 비용 등으로 인한 자금 유출과 기술 유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블록체인 산업정책환경,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 왼쪽부터 이재홍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 류호찬 한국블록체인사업진흥협회 정책자문위원, 이전영 포항공과대 교수,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소영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ICT성장산업실장. 사진/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