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아이온' 지식재산권(IP)을 필두로 유럽·북미 지역에 도전장을 던진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개발 역량을 강화해 유럽·북미 지역에서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22일 엔씨에 따르면 회사는 유럽·북미 지역 진출을 위해 '리니지M', '리니지2:다크레거시',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 등을 개발 중이다. 리니지와 아이온은 엔씨의 대표 PC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게임들이다. 리니지는 서비스 20주년을 맞은 게임으로 지금의 엔씨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해 6월 출시된 모바일 버전도 국내와 대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수성 중이다. 아이온 역시 지난 2008년 출시돼 160주 동안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게임이다.
엔씨소프트가 유럽·북미에 소프트런칭한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 사진/엔씨소프트
이번에 엔씨가 유럽·북미에 내놓을 게임들은 '모바일'과 '현지화', 두 단어로 압축된다. 서비스 준비 중인 게임들은 모두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 IP를 현지화한 게임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는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리니지M 글로벌 버전을 별도로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북미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 서비스용 리니지M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엔씨는 글로벌 버전 개발을 위해 별도 조직도 꾸렸다. 아이온 레기온즈 오브 워는 미국 개발 스튜디오 아이언타이거와 함께 서비스 준비 중이다.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소프트런칭에 들어갔다.
엔씨는 이미 유럽·북미 지역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맛봤다. 현지 법인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서비스 중인 '길드워2'는 2012년 출시돼 장기 흥행 중이다. 출시 당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2012년 최고의 게임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반면 지난해 6월 출시한 적진지점령(MOBA) 게임 'MXM'은 서비스 7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엔씨가 도전한 MOBA 장르로 화제를 모았지만 같은 장르의 글로벌 흥행 게임인 라이엇게임즈 '리그 오브 레전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엔씨웨스트는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541억원, 영업손실 501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의 새로운 장르 도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엔씨는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서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앤소울' 등 MMORPG IP를 흥행시키며 성공을 거뒀지만 그 외 캐주얼 장르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음악·캐주얼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을 준비해 유럽·북미 이용자를 만날 예정이다. 엔씨는 지난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미국 음악게임회사 하모닉스와의 협업을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서구권 시장에 콘솔 플랫폼을 통해 하모닉스가 개발한 음악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8월 독일 게임박람회 '2018 게임스컴'에서 공개한 스푼즈 IP를 활용한 캐주얼 게임 '2048 스위츠 스타'를 페이스북 플랫폼에 출시했다.
엔씨는 유럽·북미 등 서구권 시장을 반드시 정복해야 할 산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서구권 시장은 모바일 MMORPG가 보편화하지 않은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 시장이 판호(서비스 허가권) 발급 문제로 막혀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2017 대한민국게임백서에 따르면 2016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428억1400만달러(약 159조7300억원)였다. 이 가운데 북미·유럽 시장이 54.8%를 차지했다. 엔씨 관계자는 "유럽·북미 지역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지만 이 지역은 반드시 도전해야 할 곳"이라며 "준비 중인 게임을 현지화해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유럽·북미에 소프트런칭한 '리니지2:다크레거시'. 사진/엔씨소프트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