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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②ICO 전면 불허 후 블록체인 성장 꽉 막혀…"사후 규제로 가야"
정부 손놓은 사이 해외서 활로 찾는 국내 기업
입력 : 2018-11-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소로는 암호화폐공개(ICO) 전면 금지가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면적으로 블록체인을 허용하되 이후 나타나는 부작용을 규제하는 사후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블록체인 규제 논란은 지난해 정부가 지난해 9월 모든 ICO를 금지하면서 시작됐다. ICO란 사업자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발행한 후 이를 투자자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당국은 ICO를 유사수신행위(인가 받지 않은 자금 조달 행위)로 규정하고 규제했다. 당시에도 산업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으려면 ICO를 허용해야 한다는 반발도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엄격히 추진했다. 이로 인해 관련 법·제도 공백이 이어져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살길을 찾아 나섰다. 국부·기술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자 정부는 최근에야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정부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발전은 예측할 수 없다"며 "부작용을 예단해서 법 규제를 만들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이에 맞는 입법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암호화폐 시장이 규제 공백에 빠진 사이 시장에서 암호화폐 가격은 제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라며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류호찬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정책자문위원은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개발자 확보를 위해서라도 ICO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원천 기술을 가진 개발자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국내에서 ICO 자체를 불허하다 보니 국내 우수 개발진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위험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ICO 허용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을 때만 해도 글로벌 블록체인 흐름에 맞춰 산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식 불허 입장으로 인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기대감이 사그라들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블록체인을 준비 중인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자회사를 블록체인 산업에 개방적인 국가에 설립하는 방향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지난 4월 블록체인 회사 라이테크플러스를 싱가포르에 설립했다. 이어 7월부터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박스'를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는 ICO를 법률로 규제하지 않고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규율 중이다. 국내에서 ICO를 유사수신행위로 규정하고 불법화한 이후 국내 기업들이 ICO를 위해 싱가포르로 몰려가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국회 토론회 등 공개 석상에서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기업들에게 기술 연수를 한국으로 보내는 상황이지만 정작 국내 업체들은 ICO를 위해 싱가포르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국부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ICO가 허용된 국가로 서비스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며 "국부 유출 등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설립했다. 그라운드X의 본사는 일본 도쿄에 위치했고 한국에는 자회사 '그라운드1'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비공개 투자 유치인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하며 카카오가 해외 ICO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넥슨은 지주사 NXC를 통해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인수액 규모는 약 3억5000만달러(약 3773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일본, 싱가포르 등 블록체인 산업 진흥을 위해 ICO를 장려하는 국가로 기업들이 향하는 사례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ICO 허용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현재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 등이 블록체인 관련 법들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암호화폐를 전자금융거래법으로 규율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지난 2월 '가상화폐업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해 별도 법을 통해 암호화폐 규제·진흥할 길을 열어뒀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서울시와 제주도가 블록체인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해 오는 2022년까지 1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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