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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현대차 강남신사옥,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입력 : 2018-12-26 오전 6:00:00
지난 19일 열린 수도권정비위원회 실무회의에서 현대차의 신사옥 건축사업이 통과됐다.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짓겠다고 하는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1차 큰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4년 묵은 숙원사업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다음달 수도권정비위원회 본회의도 무난히 합격해 내년 상반기에 착공되면 오는 2023년 완공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3조7000억원을 투자해 105층 규모로 짓는 신사옥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가 2014년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그렇지만 과도한 인구유발과 교통과밀 우려 등의 이유로 허가가 지연돼 왔다. 인근 지역의 집값 급등을 더 부채질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그렇지만 강남지역의 집값이 최근 하향안정되고 있어 부담이 가벼워진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적극적이다. 아니 다급하게 서두르는 듯하다. 지난 17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GBC 건립이 정책과제 목록에 올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민간투자 프로젝트가 조기에 착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데 유익한 민간사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결심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현대차의 사옥건립 사업이다. 
 
사실 지금 경제상황은 어렵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0.6%에 그치면서 올해 연간 2.7% 성장 전망도 쉽지 않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수출호조세가 꺾이고, 자동차와 조선 등 다른 굴뚝산업은 여전히 부진하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건설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한 마디로 내년에도 경제가 올해만큼이나 힘겨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기에 문재인정부로서는 경제상황을 호전시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후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치러야 한다. 그러니 막대한 투자와 고용효과가 기대되는 현대차 사업을 더 이상 막거나 늦출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조급해 보인다.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투자확대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영상황이 지금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정부도 잘 알고 있듯이, 현대차는 여전히 국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도 깎였다. 
 
이런 어려움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대차가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고 내년에도 신차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수입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카드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 만약에 이런 관세부과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타격은 수조원을 헤아릴 것이다. 협력업체의 타격을 비롯해 간접적인 영향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또 현대차와 기아차 제품을 갖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이 엔진 결함을 문제 삼으려 집단소송을 냈다고 한다. 
 
한마디로 지금은 현대차에게 ‘벚꽃 동산’이 아니다. 가시나무로 우거진 동산이다. 은인자중하면서 악재에 제대로 대비하고 내실을 강화해야 할 때이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맹목적인 투자는 자제돼야 한다. 쉽게 말해서 본연의 사업과 관계없는 데는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 
 
멋지고 화려한 사옥은 경영진이나 사원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회사의 경영이 양호할 때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할 일은 결코 아니다. 사치요 낭비일 뿐이다. 진실로 현대차는 지금 증권업처럼 본업 이외의 사업을 가지치기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낭비를 뜯어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다행히 현대차그룹측이 과거와는 달리 신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뉴시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GBC사업은 그룹이 오래 기다려온 사안이지만 그룹의 여러 여건을 감안해 신중히 관련 절차들을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고 한다. 올바른 자세이다. 
 
아무쪼록 지금은 경영위기 탈출과 본업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때이다. 화려한 신사옥은 훗날로 미뤘다가 ‘벚꽃동산’을 되찾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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