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글로벌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랭해지면서, 증권사들은 연초 유망 투자처로 대부분 금에 주목했다. 금은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두각을 내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엔화 강세(엔고)도 같은 맥락이다. 엔화는 저금리를 기반으로 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돈을 차용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다른 나라의 주식 또는 채권 등 자산에 투자) 조달통화로 활용되며, 불확실성이 대두될 때 수요가 몰린다.
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당 엔화환율은 104.62엔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엔화가 달러당 104엔대(1월3일 기준)에 거래되며 지난해 3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이는 등 엔화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이전 저점인 지난해 3월 104.7엔을 지지선을 보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경우 100엔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이것이 미국과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엔화 강세압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에 착안할 경우 여러 가지 재테크가 가능하다. 우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원엔 환율을 추적하는 방식의 ETF로, 원화 대비 엔화가치가 높아질 때 주가가 오른다. 2배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형, 환율을 반대 방향으로 추적하는 인버스형 ETF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해 선보인 'TIGER일본엔선물 ETF', 'TIGER일본엔선물레버리지 ETF', 'TIGER일본엔선물인버스 ETF'가 대표적이다. 일본 엔화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국내 첫 ETF였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일본 엔선물지수를 기초지수 삼아 일간수익률을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추종한다.
일반적인 환차익을 기대한다면 엔화예금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일본이 제로금리이기 때문에 예금이자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환차익으로 수익을 보는 구조다. 엔화예금은 원화를 엔화로 바꿔 가입하고, 만기 때 엔화를 다시 원화로 바꿔줘 통화간 환율 차이만큼 수익을 볼 수 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일본 주식시장은 통상 약세를 나타낸다. 원화가 강세일 때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여기에 포인트를 맞춰 일본증시 하락을 추종하는 ETF도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해외 인버스 ETF로는 최초로 상장한 'KINDEX합성-일본TOPIX인버스 ETF'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대표지수인 토픽스(TOPIX) 수익률을 반대로 따라가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과는 무관하게 기초지수의 등락만으로 수익률이 변하는 게 특징이다. 이 ETF의 지난해 수익률은 13.8%로 나타났다.
해외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일본증시 인버스형 글로벌 ETF도 비슷한 구조의 상품으로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다. 물론 미국 증시에서 매수한다면 달러 환율 변동까지 감안해야 한다.
일본리츠도 관심 가져볼 만하다. 리츠(REITs)는 여러 명의 투자자를 모집한 뒤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투자자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말한다. 국내에 설정된 대표적 일본리츠 재간접 상품으로 한화자산운용의 '한화JapanREITs부동산투자신탁'이 있다. 일본 부동산개발·임대업을 하는 리츠에 재간접 투자하는 펀드로, 최근 6개월 및 1년 수익률(A클래스 기준)이 각각 3.0%, 10.6%로 나타났다. 원·엔 환헤지 상품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본증시 대안투자처이자 고배당 상품으로 꼽힌다.
정연승 한화자산운용 부장은 "최근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반대로 증시는 하락한다"며 "일본 리츠는 주식처럼 거래되는데도 장기 성과를 보면 엔화와의 상관관계가 주식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리츠는 증시 대안투자처이자 배당을 많이 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불안한 증시에서 매력이 돋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수익증권을 매수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도쿄오피스1'은 도쿄 코토구 아리아케 오피스빌딩을 일본 부동산기업 다이와하우스와 50 대 50으로 공동 소유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주요 임차인이다. '도쿄중소형오피스'는 도쿄역 인근 '오카토 쇼지 도쿄빌딩'에 투자한다. 일본의 금융중개회사 오카도 상사가 세들어 있다. 두 상품은 펀드자산의 50~70% 비중만 환헤지를 하고 있어 일부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거래량이 극히 적어 매매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