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이 다소 지연될 예정이다. 28일 임금·단체협약에 관한 노사 간 잠정 합의안이 노동조합의 찬반 투표에서 부결되면서다.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최대 성적을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이달 31일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이날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고 지난 23일 도출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 확정된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1700% 수준이었다. 초과이익분배금(PS)을 기본급의 1000%(연봉의 50%), 상하반기 생산성 격려금(PI)으로 각각 100%, 특별기여금이 500%인 셈이다. 이에 따라 기본급 인상 및 사내 복지 확대 등의 임단협 사안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1700% 수준의 성과급 지급도 당분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이천 사업장 정문. 사진/뉴시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이번 임단협 부결이 정당하다는 반응이다. 잠정 합의됐던 성과급이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친 탓이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매출액 40조4451억원과 영업이익 20조8438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액을 전년 대비 34%, 영업이익은 52% 올렸다. 하지만 올해 성과급 규모는 지난해 기본급의 1600%에 비해서 100% 정도 높았을 뿐이다. 더구나 D램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실적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어, 지난해 성과급이 향후의 실적 대비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SK하이닉스 직원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직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직원들의 수고에 걸맞은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같이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이달 31일 올해 성과급 개념인 초과이익분배금(OPI·옛 PS)을 지급할 방침이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1년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어섰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에도 연봉의 50%를 받았던 메모리·시스템LSI 반도체 사업부를 비롯한 부품(DS) 사업부문 직원들은 지난해 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기 때문에 올해도 50% 지급이 유력하다.
역대 최대 성과급을 예약하고 있는 두 회사지만 직원들의 마음은 편치 않은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하락으로 인해 양사 모두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데이터센터 고객들의 재고 조정과 글로벌 스마트폰 정체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는 지난해 4분기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수요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에 연간 실적은 나와 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