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고전하는 가운데 화웨이 홀로 선전하면서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대변혁이 예고됐다. 화웨이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2위를 차지하는데 이어 2020년에는 삼성전자마저 앞지르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데다 2분기 전망도 어둡다.
3사의 지난해 연간 및 4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이 전년 4분기 대비 5% 감소한 843억달러(94조3300억원), 순이익은 0.5% 줄어든 200억달러(22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순이익이 연말 성수기가 포함된 4분기에 동반 감소한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아이폰 매출 감소가 뼈아팠다. 아이폰 매출은 519억8000만달러(5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526억7000만달러, 58조8500억원)보다도 낮은 수치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 밑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2조4200억원) 보다 약 26% 줄어든 수치다. 지난 2016년 3분기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이다. 지난 한해 IM부문 영업이익 예상치도 10조5000억원으로 전년(11조8000억원) 보다 1조원 이상 떨어졌다. 이날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으로는 2억9370만대를 출하하면서 시장점유율 21.2%로 1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7030만대(시장점유율 19.4%)를 출하하면서 1위 자리를 애플(7170만대, 19.8%)에 내줬다.
양사가 부진한 원인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체와 더불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고전을 들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자료를 보면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22% 감소했지만 중국 화웨이와 비보의 출하량은 각각 23%, 8% 늘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매출은 131억7000만달러(15조원)로 지난해 179억6000만달러(20조원)보다 26.7%나 감소했다. 삼성전자 역시 중국 샤오미에 인도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가 28%의 점유율로 삼성전자(24%)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분기 기준으로는 샤오미가 삼성을 앞선 적이 있지만 연간 전체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를 업은 화웨이는 파죽지세다. 화웨이 소비자제품그룹은 지난해 매출액이 40% 이상 오른 520억달러(58조2900억원)를 기록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2분기와 3분기에 세계 2위에 올랐던 화웨이는 연간 기준으로 2억600억대(14.8%)를 출하하며 시장 3위 자리에 머무르긴 했지만 애플을 0.5%포인트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연간 출하량을 34.5%나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각각 7.2%, 1.7%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향후 전망도 긍정적인 예측이 어렵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에 해당하는 1분기에 550억~590억달러(61조~66조원)의 매출을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588억달러, 65조7000억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는 반대로 화웨이는 올해 애플을 누르고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화웨이는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넘어 유럽 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폴더블폰과 5G폰, 애플 역시 신제품을 봐야 알겠지만 출하량 기준으로 화웨이가 올해 세계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