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증권거래세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권 회장은 31일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1주년을 맞은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과제로 세제개편을 꼽았다. 그는 "증권거래세를 폐지 또는 인하하고,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의 과세체계를 선진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에 얘기해왔고, 이후 금융위 혁신과제 발표와 여당의 특별위원회 구성이 이뤄졌다. 세제실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31일 여의도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중점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투자협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상장종목을 매매할 때 0.3%의 증권거래세가 붙는다. 코스닥·코넥스·장외주식도 0.3%, 비상장주식은 0.5%가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일본·독일 등에는 증권거래세가 아예 없고, 중국·홍콩·태국은 0.1%, 대만 0.15% 등으로 한국보다 낮다는 점에서 조세형평성 문제가 끊임 없이 제기됐다.
증권거래세로 걷힌 세수는 연간 4조~6조원 수준이다가 지난해 거래가 급증한 탓에 8조원을 넘긴 걸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증권세를 폐지하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이 필수로 논의돼야 한다.
현재는 대주주에 한해 이익(매매차익)에 과세하는 양도소득세를 내는데, 과세 당국은 지속적으로 과세 기준을 낮춰 대주주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지분율 1% 이상, 코스닥은 2% 이상 가지고 있거나, 보유주식 시가총액이 15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차익의 20~3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한다. 세금을 내는 주주 입장에서는 이중과세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전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증권거래세를 합리적으로 하는 방향에 대해 실무자들 사이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며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자본시장에는 4대 전략, 12개 과제를 토대로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4대 전략은 △자금조달체계 전면 개선 △전문투자자 육성 △IPO·코넥스제도 개편 △증권사 자금중개기능 강화이다. 14개 태스크포스(TF)가 세부 과제들을 올해 순차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권용원 회장은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아울러 채권시장, 파생상품시장, K-OTC시장도 활성화시킨다는 구상이다.
권 회장은 "기업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채권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채 종합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신 파생상품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상품을 공급해 신규투자를 촉진시키겠다"고 말했다.
K-OTC시장에서는 대표지수(가칭 K-OTC30)를 도입하고, 참여기업을 확대하기 위해 로드쇼, 투자설명회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대비 성장세가 꺾인 공모펀드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방침이다. 그는 "실물펀드 공모화를 촉진하고, 공모펀드간 경쟁을 촉진시켜 공모펀드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디폴트옵션, 투자정책서(IPS) 표준안 마련에도 힘을 실을 예정이다. 권 회장은 "연금제도 개선은 업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 노후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기금형의 국회 통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연금 상품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의 자산관리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디폴트옵션도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