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초부터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아 현안을 점검하는 한편, 해외로도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외부 활동을 최소화한 지난해와 달리 현장을 돌며 5G, 반도체 등 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med bin Zayed bin Sultan Al-Nahyan)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났다. 두 사람은 면담에서 5G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UAE 업체들과 삼성전자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밖에도 다른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5G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바이오, 차량용 전장부품과 함께 4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11일 만나 미래 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아부다비 왕세제 트위터
이 부회장은 올 초부터 활발하게 공식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대외로 알려진 일정만 해도 8개다. 지난달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각계 인사를 초청한 신년인사회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달 3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해 직원들에게 신 시장에 대한 도전 의식을 주문했다. 다음날인 4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 등과 만나 사업전략을 논의했고 10일에는 수원 삼성전자 본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5G 등 신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15일에는 청와대 초청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30일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달 들어서는 설 연휴인 지난 4일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는 중국 시안을 찾아 현지 반도체 사업 현안을 점검했고 이후 유럽을 거쳐 아부다비로 가서는 왕세제를 만난 것이다.
지난해 석방 이후의 정중동 행보와는 크게 달라 보인다. 지난해는 7월 인도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과 8월 경제부총리 삼성전자 방문,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 등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면 해외 출장에 주력하며 외부 노출이 거의 없었다.
이 부회장의 달라진 모습은 그룹의 총수로서 미래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D램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냈을 때도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올 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홍영표 원내대표와 만났을 때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면서 사업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아부다비에서도 미래 먹거리가 될 5G 사업 세일즈에 발 벗고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 대한 외부의 우려를 불식하고 새로운 사업 발굴에 발로 뛰면서 임직원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